이란 "레바논 총리 사퇴는 미·사우디·이스라엘의 공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외무부는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암살 위협을 이유로 전격 사퇴한 데 대해 반이란 진영이 공모한 음모라고 반발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하리리 총리가 밝힌 사퇴의 이유는 시온주의자(이스라엘), 사우디, 미국이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근거와 실체가 없는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하리리 총리는 "불행히도 이란이 우리 내정에 개입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자신을 암살하려는 헤즈볼라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헤즈볼라는 미국과 사우디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시아파 무장 정파로, 이스라엘과도 국경지대와 시리아 내에서까지 잦은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 정계에도 영향력이 크다.
하리리 총리는 또 "이란이 중동에 퍼뜨린 악은 역풍을 맞고 중동에서 이란의 손이 잘릴 것"이라면서 '악담' 수준의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거세미 대변인은 "굳이 다른 나라(사우디)에서 사퇴를 발표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이로써 이득을 보는 쪽은 아랍도 무슬림도 아닌 이슬람권의 내분으로 존재를 유지하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일 뿐이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항상 중동과 이웃 국가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지키는 데 기여하겠다"면서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수니파가 지지하는 하리리 총리와 달리 마론파 기독교계인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헤즈볼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란은 현실이며 중동에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면서 "이란은 레바논 내정에 개입할 어떤 야심도 없다"고 하리리 총리와 각을 세웠다.
정치 '초보'라는 평가를 받는 하리리 총리가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압박받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아버지인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2005년 헤즈볼라가 배후로 의심되는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것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은 크게 수니파, 시아파, 마론파 기독교계가 권력을 균점(Confessional System)하는, 중동에선 특이한 통치 방식을 유지하는 나라다. 종파·종교 간 갈등을 막으려고 1943년 국민합의로 크게 두 차례(타이프합의·도하합의) 수정된 체제다.
중동 내 여성 연예인은 대부분 레바논 출신일 정도며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이슬람권답지 않게 종교적 규율이 엄격하지 않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을 두고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이 극심해졌고 양 종파의 맹주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에 휩쓸리면서 정국이 수년째 불안하다.
사우디는 지난해 2월 헤즈볼라에 레바논 정부의 결정이 좌우된다면서 20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을 중단하고 단교까지 하겠다고 압력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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