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지원 '훈풍'에 700선 오른 코스닥…가속페달 밟을까
일부 전문가 "내년 850도 가능"…바이오 쏠림·기관 매도는 부담 요인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코스닥 시장이 1년2개월여 만에 다시 700선 고지를 밟았다.
올해 대형주 위주의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코스닥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벤처기업·코스닥 지원책까지 나오자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7포인트(0.89%) 오른 701.13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지수가 700선 위에서 장을 마친 것은 작년 8월12일의 705.18 이후 14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26% 넘게 올랐지만 코스닥은 10%대의 상승률로 더딘 걸음을 걷다가 최근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추석 연휴 이후로만 보면 코스닥은 7.4%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8%)을 웃돌고 있다.
코스피의 온기가 코스닥으로 서서히 전해지던 상황에서 정부의 벤처기업·코스닥 지원정책이 투자심리를 한층 더 자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표방해온 문재인 정부는 최근 중소·벤처기업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달 말에는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 확대 등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놨고 이달 2일에는 3년간 30조원을 지원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 같은 정부의 벤처·코스닥 활성화 행보와 한중관계 개선 등으로 기대감이 높아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 몰렸다.
개인 투자자는 최근 나흘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3일 하루에만 1천37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는 2천443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데 비해 코스닥 시장에서는 2천39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은 "사드 갈등이 완화되고 정부가 중소·벤처기업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호전됐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기조가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정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 코스닥의 상승 모멘텀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세금 문제 등으로 매수세가 잠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시장 전반의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코스닥 지수가 내년에 800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윤서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내년까지 이어질 상승 국면의 초입에 와있다"면서 "내년에는 지수가 850선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스닥 시장은 2007년 11월 이후 한 번도 800선을 넘어본 적이 없다. 850선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김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코스피 대형주에 가려졌던 코스닥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도 개선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의지에 맞춰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면 기관투자자의 수급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이 본격적인 대세 상승기로 들어서려면 정부 정책의 구체화와 기업 실적 성장의 가시화 등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정선 연구원은 "현재의 상승세는 굵직한 정책 이슈와 관련돼 있어 단기에 그치지는 않겠지만, 건강관리와 IT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과 기관의 순매도 기조는 여전히 부담"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져야 하고 기관의 코스닥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이 본격화되고 실질적인 수혜기업이 등장하면 투자기회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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