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아프간전 전범 수사 추진…미군 포함 주목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6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에 관해 수사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ICC가 아프간 전범 수사를 개시한다면 탈레반 등 반군의 범죄뿐 아니라 미군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미군은 2001년 아프간 탈레반 정부를 공격해 아프간전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반군과 싸우고 있다.
4일 미국 국영라디오방송 NPR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파투 벤수다 ICC 수석검사는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아프간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한 죄 수사를 개시하기 위해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벤수다 검사는 "아프간에서 무력충돌과 관련해 전쟁범죄 등이 벌어졌다고 믿을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서 "전심재판부의 수사 승인이 내려지면 ICC 관할권 내에서 무력충돌의 모든 당사자가 저지른 범죄를 독립적이고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성명에서 미군이 수사대상이 되는지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모든 당사자'의 범죄라고 언급함으로써 미군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벤수다 검사는 지난해 연례 보고서에서 미군과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2003∼200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를 고문하고 잔혹하게 대했거나 강간한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03년 5월∼2014년 12월 아프간에서 미군에 억류된 61명이 고문과 잔혹 행위를 당했으며 아프간 내 CIA 비밀 구치소에 억류돼 고문, 성폭행 등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서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ICC 조사는 부적절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0년 창설된 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협약에 가입했다가 조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인이 정치적 이유로 부당하게 기소될 수 있다는 이유로 탈퇴, 현재 ICC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아프간은 ICC 회원국이기에 만약 아프간에서 전쟁범죄 등을 저지른 미군이 국내법 절차에 따라 기소되지 않았다면 ICC에 기소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해석이다.
케빈 존 헬러 영국 런던대 교수는 "만일 미국인이 타국 영토에서 그 국가에 의해 처벌될 수 있을 만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국가는 재판권을 국제법정에 위임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그러한 위임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 적어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국민에게 적용될 때는 그랬다"라고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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