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들 "김광석 딸 희소병 탓 폐렴 빨리 번졌을 가능성"
경찰, 의료전문가 자문받아…이르면 이번 주 수사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가 딸 서연 양을 일부러 숨지게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의료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서연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한 소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 결과 전문가들은 서연 양이 기존에 앓던 희소병 탓에 폐렴이 급속도로 번졌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서씨가 혐의를 벗을지 주목된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연 양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복수의 의료인으로부터 서연 양 사인에 관해 의견을 구했다.
서연 양은 2007년 12월 23일 오전 5시 14분께 급성폐렴으로 숨졌다. 부검의는 부검감정서에서 '폐에 미만성(彌慢性·널리 퍼짐) 폐포손상을 동반한 화농성 폐렴이 발생한 것이 사인으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보통 급성폐렴으로 사망할 경우 숨지기 5∼6시간 전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거나 고통을 호소하지만, 병원 기록 등에 따르면 서연 양은 119 신고 후 10여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으나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김광석씨 친가족이 서씨가 일부러 119 신고를 늦춰서 서연 양을 사망하도록 한 것 아니냐며 유기치사 혐의로 서씨를 고발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서연 양의 경우 희소병 탓에 면역력이 약해 폐렴이 번지는 속도가 비장애 아동보다 빠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연 양은 생전에 정신 지체와 신체 기형을 유발하는 희소병인 '가부키증후군'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심장박동 수가 비장애 아동과 다르고, 왼쪽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했다고 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홍보이사인 이은정 원장은 "서연 양의 경우 숨지기 며칠 전부터 감기를 앓았는데, 면역력이 약한 탓에 목의 염증이 폐로 번지는 1차 방어선이 뚫려 급성폐렴이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아과 교수도 "가부키증후군 같은 기저질환을 앓으면 폐렴이 보통의 경우보다 더 빠르게 번져서 급사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에 의견을 제출한 전문의들도 비슷한 취지의 소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전문가 의견은 고의로 119 신고를 늦춰 서연 양을 사망하도록 방치한 게 아니라는 서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연 양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고통 호소가 아니라 "물을 달라"였다는 점, 일반인은 감기와 폐렴을 증세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 등도 서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경찰이 서씨가 보호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서연 양 죽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 않다.
또 서씨는 김광석씨 친가족 측과 저작권 소송을 벌이던 중에 서연 양이 사망했음에도 사망 사실을 법원과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소송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일 서해순씨 3차 소환조사를 끝으로 관련인 조사를 모두 마쳤다.
고발인인 김광석씨 친형 김광복씨는 두 차례 경찰에 출석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서연 양 사망을 목격한 서씨 동거인,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과 구조대원 등 약 50명에 달하는 참고인도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를 마친 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수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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