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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집권여당 전당대회 앞두고 암살 증가…권력투쟁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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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집권여당 전당대회 앞두고 암살 증가…권력투쟁 탓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집권여당의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암투가 이어지면서 요인 암살이 증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중심지인 동부 콰줄루나탈 주(主)에서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현지 정치인들 간 권력투쟁으로 40여 명의 인사가 살해됐다.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이 폭력사태는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내달의 ANC 전당대회를 거쳐 2019년에 있을 대선·총선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암살은 주로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범죄 지구 글레버랜즈에서 고용된 살인청부업자들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71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이 악명높은 무법지대는 원래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지어졌으며 지금은 2만여 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있다.

이들 주민은 낡은 아파트 하나에 30명 이상이 거주하며 하나의 화장실을 나누어 쓸 정도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 한 주민은 총알 자국이 선명한 한 대피소에서 "정치인들이 살인청부업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잊힌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나가면 살해 당할 위험이 있다고 두려워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피해자들의 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운동가인 버네사 버거는 글레버랜즈에서 고용되거나 글레버랜즈 출신인 살인청부업자들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단을 갖고 있다.

이 명단에는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정치적 암투와 보복, 그리고 범죄조직의 공격에 숨진 사람들의 숫자가 93명으로 적혀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인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별로 없어 ANC 지부가 살인을 방조하고 있으며 경찰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버거는 "청부업자를 동원해 특정 지역의 경쟁자를 제거한다면 이는 분명 정치적 사주에 의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 범죄자는 오래전에 검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지만 그런 일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단언했다.

암살 사건에 대해 지난 1년간 진행된 조사위원회의 심리는 지난달 끝났어야 하지만 아직 증거가 많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맡은 모라네 위원회의 솔로 음들레들레 위원장은 "위원회가 이제야 탄력을 받게 된 만큼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콰줄루나탈은 ANC의 중심지로 어느 세력이든 이 지역을 장악하면 내달 치를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인물을 지도자로 만들 수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매주 현지 인사나 선출직 자치위원장 등이 권력, 일자리, 금전, 정부 계약 등을 차지하려는 세력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희생자들은 자동차 안에서 혹은 집 바깥이나 공공 행사장에서 총격을 받고 있지만, 경찰과 관계 당국은 속수무책인 것처럼 보인다.

ANC 청년위원회 사무총장인 신디소 마가가가 지난 7월 15발의 총격을 받고 두 달 뒤 숨졌을 때 그의 가족들은 비난의 화살을 ANC에 곧바로 날렸다.

마가가의 친척 중 한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ANC를 지지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면 두렵기만 하다. 모든 것이 12월에 맞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ANC 콰줄루나탈 사무총장의 경호원 2명이 차량에 앉아 권총과 공격용 소총을 장전하며 "그 개는 오늘 죽을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콰줄루나탈에서 정치적 폭력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말기에 이곳에서는 ANC가 또 다른 흑인 정치그룹인 잉카타 자유당(IFP)과 충돌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를 겪었다.

콰줄루나탈이 고향인 주마 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고서 당 대표자리에서 물러나지만 2019년 대선 때까지 권좌에 머물게 되며, 새롭게 선출되는 당 대표는 의회 간접선거에서 주마의 뒤를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콰줄루나탈 지역은 시릴 라마포사 현(現) 부통령과 주마 대통령의 전처인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그리고 즈웰리 음키제 ANC 재무국장의 지지자들로 삼분돼 있다.

들라미니-주마는 최근 4명의 정치권 인사가 사망한 소도시 하딩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서 AFP에 "우리는 살인이라는 범죄가 지속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넬슨 만델라의 미망인인 그라사 마셸 여사도 유혈사건에 구역질이 난다며 "충격스럽게도 암살이 다반사가 됐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아공 상업도시 요하네스버그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리처드 피트하우스 교수는 또 "그곳에서는 살해 위협이 정치적 이념을 강요하는 일상적인 방법이 되었다"라고 우려했다.

피킬레 음발룰라 남아공 치안장관은 최근 "암살과 관련해 주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확신한다"라고 밝혔지만 많은 분석가와 인권운동가는 살인이 2019년 선거때 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ANC 지방지부 대표인 실레 지칼랄라는 부패한 탐욕자들이 암살을 자행한다고 말하고서 "신속한 조치를 취해 폭력이 더 늘어나기 전에 살인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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