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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환적화물 '이상신호'…북미·아시아 빼곤 모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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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환적화물 '이상신호'…북미·아시아 빼곤 모두 감소

증가율도 둔화…"한진해운 공백에다 해운동맹 재편 영향"

"강력한 국적선사 육성 시급…고부가가치 항만 지향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올해 사상 처음으로 컨테이너 물동량 2천만개 달성이 예상되는 부산항이지만 환적화물 추이는 심상치 않다.

증가율이 많이 둔화한 데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환적화물이 줄어드는 등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일 부산항만공사 물류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20피트 짜리 기준)가 총 1천523만7천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 늘었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은 763만4천여개로 7.06% 증가했지만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을 오간 환적화물은 760만3천400여개로 2.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와 한진해운 사태(2016년)로 일시 환적화물이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7.2~17.1% 늘어났던 데 비하면 올해 증가율은 아주 저조하다.

항만공사는 올해 1~2월 8만2천개가량의 환적화물이 해수부의 통계 기준 때문에 연안화물로 잘못 집계돼 이를 반영하면 증가율은 3%대 후반으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예년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친다.

항만공사가 잠정집계한 10월 환적화물 증가율도 3%에 그쳤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환적화물이 2.7% 줄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부산항의 환적화물 증가율은 부진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지역별 환적화물 추이가 예전 같지 않다.

올해 9월까지 환적화물이 늘어난 지역은 중국 등 극동아시아(1.92%), 북미(6.8%), 일본(6.8%), 동남아시아(13.21%)뿐이다.

유럽(-10.07%), 남미(-4.39%), 중미(-1.48%), 중동(-1.75%), 대양주(-12.56%), 서남아시아(-8.76%), 아프리카(-39.80%) 등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감소했다.

이들 지역이 부산항 환적화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가깝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유럽, 남미, 중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 환적화물이 전년 대비 최대 40%나 늘었지만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를 거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9월부터 한진해운 선박들의 운항이 전면 중단된 탓에 동남아(12.75%), 남미(2.09%)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환적화물이 줄었다.

이처럼 유럽 등지의 환적화물이 대폭 줄어든 탓에 부산항의 북미·아시아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는 부산항 환적화물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환적화물은 흔히 휘발성이 강하다고 한다.

하역료 등 비용을 비롯한 조건이 더 나은 항만으로 쉽게 옮겨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내년부터 한꺼번에 2만개 이상을 싣는 초대형선들을 본격적으로 아시아~미주, 유럽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수출입화물을 부산항에서 환적하는 대신 미주나 유럽 등 목적지로 곧장 갈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중국 일부 항만이 시설을 대규모로 확장하면서 환적화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7% 이상 늘었던 부산항의 중국 환적화물 증가율이 올해 2%에도 못 미친 것은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컨테이너 3사가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부산항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북미와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의 환적화물이 일제히 줄어든 것은 한진해운 사태에다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외국 선사간 인수합병 등이 겹친 때문이라는 데 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전에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지역에 선박을 운항하고 CKYHE 해운동맹을 주도해 환적화물을 부산으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5년에는 105만개의 환적화물을 부산항에서 처리했다.

한진해운이 사라진 후 최대 국적 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여파로 선복량이 줄어 한진해운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에도 끼지 못해 머스크와 MSC의 동맹체인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데 그쳐 외국선사들의 환적화물을 부산항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1만8천개 이상을 싣는 초대형선이 없어 유럽 노선에는 자체 선박을 운항하지도 못한다.

이런 영향으로 많은 지역에서 한진해운이 수송했던 환적화물 가운데 많은 부분이 외국계 선사로 넘어갔다.

해운동맹 재편과 외국 선사 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부산항을 이용하던 노선의 통폐합 등이 벌어졌고 그 여파로 유럽, 남미 등지의 환적화물이 줄었다.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들은 "부산항 물동량 증가의 한 축을 담당했던 국적선사의 위상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환적화물이 부산항 물동량을 견인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항만공사는 유럽과 중동의 경우 선사간 인수합병과 동맹재편 과정에서 물량이 줄었으나 다시 회복하는 추세이고, 중남미와 대양주 등은 한진해운의 공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공사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의 경우 환적화물이 회복세를 보이고 글로벌 선사들이 내년에도 부산항 환적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올해 나타난 현상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한진해운 공백의 영향이 큰 지역에 대해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부산항이 2천만개 달성에 머물지 않고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강력한 국적선사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현대상선 등이 한진해운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게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적화물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항만공사가 인센티브를 동원한 물동량 늘리기에 급급하다면 부산항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며 "선용품과 수리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 서비스 항만으로 발전하도록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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