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스포츠 영웅 김기훈 "얼굴에 땀도 나고 입술도 마르고…"
아테네서 그리스 마지막 주자에게 성화 전달…"긴장 많이 해"
도종환 장관·김연아, 국내 도착때 안전램프 들고 내릴 예정
(아테네=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31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성화 인수식에서 마지막에서 두 번째 성화 전달 주자로 나선 김기훈(50) 울산과학대 교수는 "긴장 안 할 줄 알았는데…"라며 밝게 웃었다.
김 교수는 이날 그리스올림픽위원회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성화를 넘겨주기 전 그리스 일주를 마무리하는 성화 봉송 주자의 한 명으로 역사적인 파타티나이코 스타디움에 등장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와 5,000m 계주에서 우승해 한국인 최초로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은 김 교수는 행사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 정문을 거쳐 서서히 트랙으로 뛰어들어왔다.
지난달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는 500명 가까운 주자를 거쳐 2천㎞가 넘는 그리스 전국을 일주하고 현지 시간 전날 오후 8시 아테네의 유적지 아크로폴리스 점화대에 안치됐다.
504번째 주자인 김 교수는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 정문 200m 앞에서 성화를 받아 스타디움에 입장했고, 오른손으로 성화를 들고 왼손으로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시작을 전 세계에 알렸다.
김 교수는 마지막 주자인 그리스 알파인 스키 선수 이와니스 프로이오스(22)에게 성화를 건네고 임무를 마쳤다.
김 교수는 "긴장 안 할 줄 알았는데 얼굴에 땀도 나고 입술도 말랐다"며 역사적인 봉송 주자로 나선 소회를 웃으며 전했다.
그는 "그만큼 올림픽이라는 것, 성화라는 게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쇼트트랙 선수로 동계올림픽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와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을 때를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선수 시절에도 나름 힘들었지만, 오늘 (성화봉송)도 되게 긴장도가 높았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금맥을 캔 선구자 김 교수는 "올림픽 정신처럼 평창동계올림픽도 평화롭게, 모든 사람이 화합할 수 있도록 성황리에 치러지길 희망한다"면서 "아울러 동계 스포츠 전 분야가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 교수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27)는 평창조직위 홍보대사로 인수 행사에 참가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희범 조직위원장 등과 함께 인수단 대표자리에 앉은 김연아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코트를 여미고 역사적인 인수 행사를 차분히 지켜봤다.
이희범 위원장이 건네받은 성화의 불씨를 안전램프에 옮긴 뒤 김연아는 안전램프를 들고 포즈를 취하며 본격적인 국내 성화봉송 레이스의 출발을 알렸다.
11월 1일 성화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김연아는 도 장관과 안전램프를 함께 들고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30년 만에 우리나라에 온 '평화 불꽃'의 무사 도착을 온 국민에게 보고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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