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사회 의장에 이재용 '오른팔' 투입…'JY 체제' 강화
이상훈 내정…CFO 경험 토대 새 대표이사진 연착륙 '지원' 포석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 이사회가 31일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을 차기 이사회 의장에 추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이후 첫번째 사례인데다 한때 이재용 부회장의 '오른팔'로 꼽혔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 운영 방식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 사장이 이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대해 우선 '세대교체'라는 대세에 따르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DS(디바이스솔루션)·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 사업부문장에 각각 임명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은 모두 50대 후반인 데 비해 이 사장은 1955년생으로 60대 초반이다.
이에 따라 일단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되 오랜 경륜과 CFO로서 경험을 살려 새로운 '3인 대표이사' 체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3명의 신임 대표이사가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관련 사업부에서 주로 일해온 경영자들이라는 점에서 재무·경영지원·전략 등 업무를 맡아온 이 사장이 폭넓은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사회에서는 사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주주환원 등 포괄적 내용이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사대부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경영지원그룹장,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임원,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임원, 사업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경영지원실장 등 전략·기획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의 차기 이사회 의장 내정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이며, 결국 '이재용(JY)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전평도 내놓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그룹 맏형격인 삼성전자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사항을 판단하는 이사회 의장에 '복심'을 투입했다는 추측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지난 13일 퇴진 의사를 밝힌 이후 윤부근 CE 부문장과 신종균 IM 부문장도 이 부회장에게 동반 사퇴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상훈 사장의 이사회 의장 내정도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예상보다 빨리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것은 옛 미래전략실 멤버들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으나 삼성 관계자는 "근거없는 악의적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hum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