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친화·경영권 안정'…삼성전자 배당 확대 '다각포석'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무관…미래 먹거리 확보에 지장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3년간 29조원을 배당에 쓰겠다고 밝힌 것은 해외 주요 기업들처럼 '주주 친화적'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회사가 번 돈으로 시장에서 자사주를 사들여 이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남은 주식의 가치가 올라간다. 다시 말해 주가가 상승한다. 또 주주들의 지분율도 높아진다.
실제 이런 효과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2015년 초와 비교해 2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가가 오르면서 자사주 소각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됐다. 주가가 올라 똑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주식 수가 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가 상승에 따라 자사주 매입·소각의 실효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의 무게중심을 배당 쪽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도 고배당 성향을 보이는 곳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인텔, 퀄컴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총액)은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주주 배당에 쓴다는 얘기다.
애플도 스티브 잡스 사후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한편으로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주가 상승, 배당금 확대 등이 이뤄지면 주주들은 현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53∼54%에 달한다. 이들 주주가 삼성전자 경영에 불만을 가질 경우 경영권 간섭 등에 나설 수 있는데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은 이들의 불만을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강한 주주 친화정책을 실시하면 회사가 어떤 정책을 펼치거나 결정을 내릴 때 주주들이 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배당도 많이 이뤄지면 주주 입장에서 현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배당을 많이 한다고 해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등의 효과는 없기 때문에 지배력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와 지배력 강화 사이에 직접적 연관을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당 확대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 신수종 사업의 M&A(인수합병) 등이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다.
한정된 재원을 배당에 많이 쓰면 M&A를 위한 자금이나 투자 금액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이상훈 사장은 "삼성전자는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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