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강화에 금리 인상까지'…수도권 아파트 시장 싸늘
서울 관망 속 일산·평촌 등 외곽지역이 더 타격…일부 매수 포기도
잠실 주공5·한남 3구역 등 호재 단지는 2천만∼3천만원 올라 '무풍지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안그래도 8·2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가 힘들었는데 가계부채대책 이후 분위기가 더 냉랭해졌습니다. 찾아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문의 전화도 전혀 없어서 개점휴업 상태에요" (노원구 상계동 A중개업소 대표)
"50층 재건축 허용 이후 계속해서 거래가 이뤄집니다. 가계부채대책이 나와도 아랑곳 않네요. 오히려 추가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겠다며 계약을 서두르는 분위기에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B중개업소 대표)
가계부채대책 발표 이후 기존 주택시장은 대체로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지만 지역별, 상품별 온도차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서울 일반 아파트 시장은 대체로 매수 문의가 줄어들면서 거래가 멈췄고, 특히 수도권 신도시 주택시장은 매수 문의가 아예 실종되는 등 냉랭한 분위기다.
반면 잠실 주공5단지와 한남뉴타운 등 사업 호재가 있는 강남권 일부 재건축과 강북의 재개발 단지는 오히려 거래가 늘고 가격도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 "일단 지켜보자" 관망 속 수도권이 더 타격…매수문의 '뚝'
지난 24일 정부가 가계부채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단 추석 연휴를 전후해 강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소득에 따라 대출을 옥죄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가 도입되고 하반기 이후에는 그보다 더 강력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데다 다음달에는 주거복지로드맵 로드맵도 발표되면서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올라 지난주(0.20%)보다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다. 9월 22일(조사일 기준)부터 4주 연속 확대되던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을 전후해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됐는데 대책 발표 이후에는 거래 빈도수가 줄고 한산한 분위기"라며 "그렇다고 호가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규제가 계속해서 나오니까 조금 지켜보자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거래가 급감했던 노원구 상계동 등 비강남권 외곽지역에서는 가게부채대책 발표 이후 더 앓는 소리가 나온다.
노원구 상계동 중개업소 사장은 "투자수요는 물론이고 추석을 전후해 반짝 거래를 했던 실수요자들도 다시 조용해졌다"며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줄줄이 나오다보니 그 영향을 강남보다 서민아파트 강북이 더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하루종일 문의 전화 한 통이 없어 전화가 고장났나 하고 수화기를 들어 확인해볼 정도"라고 말했다.
고양 일산·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 일대는 서울보다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집값 하락을 우려해 매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I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살얼음이다"며 "대출을 강화한다고 하고, 이미 실질 금리까지 오르니 매수를 하려던 사람들이 못사고 망설인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진행되던 계약이 있는데 이번 대책 발표 이후 매수자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거래를 포기해 보류됐다"며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단지는 특히 타격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H공인 대표도 "추석 연휴를 전후해 매수 문의가 있었는데 가계부채대책 이후로는 문의가 거의 없고 거래도 끊겼다"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청약조정지역에서 제외돼 DTI 적용을 받지 않는 평촌신도시 인근에도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안양시 비산동 Y공인 대표는 "최근까지 매수문의가 있었는데 대책 발표에다 금리 인상 소식 등이 들려서인지 매수문의가 뚝 끊겼다"며 "앞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니 이미 담보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담보대출을 더 받아 사업자금으로 쓰기도 어려워지고, 이래저래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재건축·재개발 호재 단지는 강세…"대출 강화 전 계약 서두르자" 조짐도
이에 비해 재건축·재개발 가운데서도 자체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거래가 이뤄지고 호가가 상승하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달 3개 동에 대한 '50층' 재건축 허용 이후 계속해서 계약이 이뤄지며 최근 가격도 최고가를 찍었다.
이 아파트 119㎡는 이달 들어 17억3천만원에서 시작해 지난주 가계부채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2천만원 비싼 17억5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동안 15억7천만∼15억8천만원에 머물던 112㎡도 최근 16억1천만원의 최고가에 팔렸다.
가계부채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대출 규제가 추가로 강화되기 전에 계약과 잔금을 서두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잠실의 중개업소 사장은 "신 DTI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사겠다는 수요들자들이 늘고 었고 최근 계약자 중에는 대출이 줄어들까봐 잔금 납부를 11월중으로 앞당기겠다는 사람도 있다"고귀띔했다.
성동구 한남뉴타운은 지난 25일 한남3구역이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호가가 2천만∼3천만원 뛰었다.
한남뉴타운 W공인 대표는 "건축심의 통과 이후 매수 문의가 급증해서 지난 금요일에는 밤늦도록 손님을 맞을 정도로 바빴다"며 "대출에 대한 부담감은 있는데 일단 호재가 있으니 매수세가 덤빈다"고 말했다.
49층을 포기하고 35층 재건축을 확정한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1천만∼2천만원 올려서 내놓고 있다. 다만 생각만큼 거래는 잘 안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앞으로 사업 추진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가를 높여부르는데 매수자들은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과 금리 인상 등의 부담으로 쉽게 달려들질 않는다"며 "35층 확정 이후 가격 상승을 기대했던 매도자들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로부터 선호도가 높은 강북 도심권의 기존 아파트 단지도 대출 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D공인 대표는 "대출 걱정은 하지만 매수세의 문의전화도 꾸준하다"며 "매물이 별로 없어서 거래가 뜸하지만 집을 사야 할 실수요자들은 계속해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미 8·2대책으로 대출이 강화돼 있고 추가 대출 규제는 내년 이후 시행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시장의 상품별, 지역별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여유있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개별 호재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릴 것으로 보이고 실수요층이 두터운 인기 아파트도 가격이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내달 주거복지로드맵 발표가 예정돼 있고, 내년 초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회피 매물도 나올 것으로 보여 내달 이후로는 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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