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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과 비틀기의 조화…KBS '마녀의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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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과 비틀기의 조화…KBS '마녀의 법정'

여성·아동 범죄 다뤄…출세욕에 휩싸인 좌충우돌 여검사에 포인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연쇄살인범도 좋고 소시오패스도 흥미롭지만, 나와 내 가족, 이웃들 곁에서 늘상 벌어지는 투박하고 현실적인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작진의 이러한 기획의도가 성공했다. 영화나 'CSI' 같은 미드에서 다루는 스케일 크고 엽기적인 사건 말고, 내 주변에서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범죄들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좌충우돌 여자 검사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포인트. 보편적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범죄를 다루면서 보편적이지 않은 특이한 캐릭터를 내세운 조합이 성공했다.

KBS 2TV 월화극 '마녀의 법정'이 지상파 평일 밤 10시 드라마 중 유일하게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 지상파 월화극, 수목극 중 유일하게 10% 넘겨

지난 16일 시청률 6.6%에서 출발한 '마녀의 법정'은 2회에서 9.5%로 뛰어오르더니, 3회에서 SBS TV '사랑의 온도'를 제치고 월화극 1위를 차지했다. 4회에서는 '사랑의 온도'가 결방하자 첫회 시청률의 두배 가까이 뛴 12.3%까지 치솟았고, 이후 23일 5회는 10.2%, 24일 6회는 11%를 기록하며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월화극과 수목극을 통틀어 시청률 10%를 넘어서는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마녀의 법정'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월요일에는 KBS 1TV '가요무대'에 뒤지고 있으니 '월화극 시청률 1위'라는 말이 민망하긴 하지만, 드라마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내리 3회 연속 시청률 10%를 넘기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남녀노소가 빠져들 만한 내용임을 보여준다. 범죄를 다룬 드라마, 검사의 활약을 내세운 드라마가 넘치는 가운데 '마녀의 법정'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드라마가 다루는 범죄가 먼 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제작진은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나와 내 가족이 겪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절로 공감되고, 더군다나 약자를 향해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휘두르는 범죄라 더욱 공분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가 일상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이 암울한 시대, 이제 그런 추악한 범죄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올 때도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원룸 몰카, 계부의 의붓자식 성폭행, 권력형 성폭행 등은 매일같이 벌어지는 생활 속 범죄가 돼버린 세상. 드라마가 다루는 에피소드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고, 이에 대한 관심은 시청률로 이어진다.





◇ 2차 피해 다루고, 편견도 비틀어보기

'마녀의 법정'은 그러나 성범죄도 비틀어보는 것으로 시청자의 고정관념에 한방을 먹인다. 여성아동범죄에 집중하면서도 우리가 흔히 빠질 수 있는 편견을 꼬집으며 이야기를 확장한다.

섹시하고 우아한 여교수가 건강하고 젊은 남자 조교에게 성폭행당할 뻔 한 사건은 알고 보니 여교수가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남자 조교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남자 조교가 처음에 가해자임을 자처한 것은 그가 동성애자임을 세상에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 성폭행 사건의 대다수가 남성에 의한 여성 성폭행이지만, 드라마는 한번 비틀어 성폭행 사건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짚었다.






또 5살 남자 아이가 아파트 수위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은 알고 보니 남자 아이의 천연덕스러운 상상 속 거짓말에서 나온 일이었다. 그런 거짓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으레 그럴 것이라 여긴 주변 어른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비틀기 이전에 이 드라마는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무지와 몰이해, 무례함을 다루며 뼈아픈 공감을 형성한다. 수사과정,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너무나 쉽게 2차 피해를 당하는 현실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런저런 법규에 가려 '상식'에 못 미치는 현실은 분노지수를 상승시킨다.

최근에도 신안 섬마을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학부모 3명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들쭉날쭉한 것을 지켜보며 대중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데, 드라마가 이러한 지점을 찌른다. 피해자는 영혼마저 파괴된 지 오래인데 법원의 판결은 10년형에서 20년형 사이에서 오락가락이고, 재판 기간도 길기만 하다.

드라마는 이제는 불특정 여행지 숙소에서, 수영장 샤워실에서도 몰카에 찍힐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데도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은 아직 미약하기만 한 점 등을 다루며 누구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출세지향주의, 안하무인 여검사의 성장기

'마녀의 법정'은 여검사를 타이틀 롤로 내세우고, 그 여검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착하고 따뜻한 여주인공 캐릭터와 전혀 다르다는 점이 특이점이자 흥행포인트다.

이름도 '마이듬'. 그래서 그는 '마검사'로 불리고 '마녀'가 되기도 한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같은 여성인 여기자가 부장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상사 편을 들어 눈 감았던 안하무인 마이듬은 여느 드라마라면 '악녀'로 등장했을 인물이다.

하지만 '마녀의 법정'은 견고한 유리천장에 가로막힌 워킹우먼들의 상황, 남성 위주의 질서와 관념이 마이듬 같은 '독종'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고 은연 중에 깔고서 그 위에 마이듬의 성장기를 다루는 것으로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이듬의 파트너로 온화한 남자 검사를 붙인 것도 성 역할 비틀기의 재미를 준다. 인성 바르고 착하고 따뜻한 남자 검사 여진욱이 마이듬의 질주에 제동장치로 기능하면서 '왕자님' 판타지도 구현한다. 그가 '여검사'로 불리는 것도 작가가 숨겨놓은 비틀기의 재미일 것이다.

배우 정려원과 윤현민이 마이듬과 여진욱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 역시 드라마 인기의 비결이다. 둘은 자연스럽고 리드미컬한 연기를 통해 '마녀의 법정'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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