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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시비로 살인?…윤송이 사장 부친 피살사건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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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시비로 살인?…윤송이 사장 부친 피살사건 의문점

'우발적' 혹은 '서툰 계획범행' 가능성…범행 도구 못 찾아

(양평=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허모(41)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주차 시비가 살인까지 이어졌다"고 진술함에 따라 그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계획범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허씨를 추궁하고 있다.





◇ 자택 앞에서 시신 발견…"10시간 만에 범인 검거"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기도 양평군 윤모(68)씨의 주택 주차장 옆 정원에서 윤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의 부인은 "남편의 차는 보이지 않는데, 주차장에 피가 보인다"라고 경찰에 신고한 뒤 집 주변을 살피다가 정원에 쓰러져 있던 윤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윤씨의 목에 예리한 흉기에 찔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외상 3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윤씨의 벤츠 차량은 오전 11시께 집에서 5㎞가량 떨어진 공터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허씨의 차량이 이 공터와 윤씨의 자택 주변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허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추적에 나섰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및 차량 수배를 통해 허씨가 오후 3시 11분께 전북 순창 IC를 통과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2시간 30여분 뒤인 오후 5시 45분께 전북 임실의 한 국도상에서 허씨를 검거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전북경찰청간 면밀한 공조수사로 윤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10시간여 만에 용의자 검거에 성공한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허씨는 사건 당일 오후 5시 12분 윤씨의 집 근처로 자신의 차를 몰고 들어왔고, 윤씨는 오후 7시 25분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이후 오후 8시 48분 허씨는 윤씨의 벤츠를 몰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그사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는 오후 9시 57분 범행 현장에서 5㎞가량 떨어진 한 무인모텔 주차장에 벤츠를 댄 뒤 사라졌다가 오후 11시 43분 다시 주차장으로 와서 벤츠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윤씨의 벤츠가 이곳에서 70m 떨어진 공터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허씨는 모텔 주차장에서 사라진 오후 9시 57분부터 11시 43분 사이 다시 범행 현장으로 가서 자신의 차를 몰고 모텔 근처 공터로 온 것으로 추정된다.

허씨는 벤츠를 버린 뒤 자신의 차를 몰고 전라도로 도주를 시도했다가 26일 오후 검거됐다.

◇ '우발적 범행' 혹은 '서툰 계획범행'

검거된 허씨는 27일 오전 2시께 양평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에서 1차 피의자 조사를 받던 허씨는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해오다가 끝내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내가 내 정신이 아니었다. 사람이(피해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앞서 심야 조사에 동의한 허씨는 1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다가 더 이상의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은 일단 허씨의 범행 동기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허씨가 사건 당일 범행 2시간여 전인 오후 5시 12분 윤씨의 마을로 들어왔다는 점, 범행 후 윤씨의 벤츠 차량을 끌고 마을을 빠져나간 점, 애초 범행을 부인하다가 시인한 점 등을 들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동기 진술에 대해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라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범행 현장이 윤씨의 자택 주차장인 데다, 허씨가 현장에 남은 혈흔조차 치우지 않았고, 자신 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이동한 점 등이 계획범행이 아닐 거란 점을 뒷받침한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적으로 살인하려 했다면 피해자를 다른 장소로 불러내거나, 적어도 시신을 차에 싣고 다른 곳에 옮기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검거 당시 허씨가 신고있던 신발에서 혈흔 반응이 나온 것으로 봤을 때 허씨는 범행 때 신었던 신발조차 갈아신지 않은 것으로 보여 계획범행이라고 보기엔 너무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인데, 경찰은 이 흉기를 허씨가 미리 준비했다면 계획 범행일 수 있고, 차 안에 있던 도구로 범행했다면 허씨 진술대로 말다툼 중 우발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허씨는 범행 도구에 대해 "무엇으로 찌른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진술하지 않고 있다.

경찰도 아직 범행 도구는 확보하지 못했다.




◇ 범행 동기는 '단순 주차 시비' 맞나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 범행 동기는 윤씨 자택 인근에 건축 중인 주택 공사와 관련된 갈등에서 비롯됐을 거란 추측이 유력하다.

허씨는 수도권 일대 토지를 개발해 분양하는 부동산 컨설팅업을 하고 있으며, 사건 당일 윤씨 자택 인근에서 건축 공사 중인 주택을 포함, 주변 호화 주택들을 둘러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가 자신의 집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인근에서 공사 중인 주택을 둘러보고 나오는 허씨를 보고 공사 관계자로 오해해 말다툼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최근 윤씨가 주택 공사현장 관계자들과 일조권이나 공사 차량 통행 문제에 대해 몇 차례 항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허씨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윤씨와 관련된 인물과 통화한 내역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도 허씨는 "윤씨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보다 스무살 이상 많은 남성과 주차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건 아무래도 믿기가 어렵다"라며 "객관적인 증거 조사를 통해 명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goal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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