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와 시골 어린이들의 '희망 합주'
춘천 출신 연주가 우예주, 조양초 오케스트라에 음악 레슨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흰색 단복을 빼입은 어린이들 사이로 눈에 띄는 연주자가 보였다.
바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다.
우 씨는 9세 때인 199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7년 뒤 세계 음악 중심지인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 명성을 떨쳤다.
바이올린으로 세계를 감동하게 한 그녀가 26일 오전 고향인 춘천을 찾았다.
조양초등학교 '해오름 오케스트라'를 만나 재능기부를 펼치기 위해서다.
합주 전 어린이들은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
옷매무시를 고치고, 교실 구석에서 연습을 이어가기도 했다.
어린이 오케스트라와 우 씨가 연습실에서 처음으로 만나 합주를 시작했다.
연주곡은 로시니의 '빌헬름 텔 서곡'.
우 씨는 어릴 적 생각이 나는지 연주 내내 싱글벙글하였다.
첫 합주가 마치고 15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모였다.
그녀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먼저 바른 연주 자세를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과도히 긴장한 자세로 연주를 이어가다가 1년가량 악기를 쉬게 된 적이 있는 까닭이다.
이어서 자신감 있는 연주를 주문했다.
포르테(세게)로 넘어가는 악장에 이르자 어린이들에게 "너희는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며 격려를 이어갔다.
단원의 바이올린을 직접 조율해주는 자상함도 잊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퍼스트 바이올린을 맡은 안은애(11)양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레슨을 받아서 실감이 잘 안나고 직접 조율까지 해줘서 감동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춘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도 함께 참여해 플루트, 클라리넷, 첼로, 타악기 등을 지도했다.
20여분의 레슨이 끝나고 우 씨와 단원들은 공연을 위해 강당으로 향했다.
먼저 우 씨의 독주 무대가 펼쳐졌다.
바흐 '파르티타 1번' 선율이 흐르자 교장선생님부터 1학년 학생들까지 숨죽여 경청했다.
엘가 '사랑의 인사'가 이어지자 어린이들은 익숙한 멜로디에 허밍으로 곡을 따라불렀다.
우 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어 37명의 학생과 우 씨가 함께 연주하는 힘찬 선율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연습실에서 첫 합주보다 생동감이 더 넘쳤다.
연주가 끝나자 어린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우 씨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는 늘 긴장이 따랐지만, 오늘 어린이들과의 만남에는 즐거움만 가득했다"며 "고향인 춘천에서 너무 소중한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소개하던 중 질문을 던졌다.
"음악이 왜 중요하죠?"
학생들은 그 질문에 쭈뼛대며 답했다.
"기분 좋게 해주니까요"
"마음을 변화시켜줘요"
"감동을 주기 때문에요"
우 씨는 작은 오케스트라를 향해 대답했다.
"음악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줘요.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서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악기를 그리고 음악을 그저 좋아하세요."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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