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제작진 울리는 연예가 돌발 악재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tvN 주말극 '변혁의 사랑'이 '최시원 악재'를 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미디 중에서도 슬랩스틱이 강조된 요란한 소동극인데, 주인공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사건에 연루돼버리면서 이보다 난감할 수 없게 됐다. 제작진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상황.
그런데 사실은 이런 일이 연예가에선 드물지 않다. 예측하지 못한 악재가 늘 도사리고 있고, 생각보다 자주 터진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연예계이기 때문에 악재의 폭발성과 생명력도 길다.
◇ 스타가 돌발상황…최시원·윤손하·장근석·박유천·윤제문 등
연예인이 곧 돌발상황을 제공하는 경우 가장 폭발력이 크다. 스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콘텐츠를 아예 집어삼키게 된다.
최시원은 지난 8월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변혁의 사랑'을 복귀작으로 선택해 의욕적으로 '올인'했으나, 드라마가 고작 한주 방송된 상황에서 '반려견 사건'이 터지면서 본인이 신작 드라마의 발목을 잡았다.
최시원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웃었던 시청자들은 21일 '반려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자 하나둘 돌아서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을 두고 온갖 보도와 고발이 이어지면서 "최시원의 코미디를 보고 있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퍼져나가고 있다. 최시원의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시원이 드라마의 타이틀 롤을 맡고 있어 그의 비중 조절은 불가능하다.
'변혁의 사랑'의 한 관계자는 26일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지 않겠냐"며 "촬영은 생방송으로 바삐 진행되고 있지만 다들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지난 6~7월 방송된 KBS 2TV 금토극 '최고의 한방'도 시작과 동시에 주연급 윤손하의 스캔들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윤손하 아들이 연루된 초등학교 폭력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윤손하의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결국 제작진은 윤손하의 분량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드라마 역시 코미디였기 때문에 윤손하의 연기가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박유천과 윤제문은 각각 성폭행 공방과 음주운전 적발로 인해 출연 영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월 개봉한 판타지 스릴러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박유천은 중요한 '키 맨'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후 해를 넘겨서도 계속 낯뜨거운 공방을 펼친 박유천의 이미지는 이미 추락한 상황. '루시드 드림'의 경쟁력 자체도 떨어졌지만, 이 영화의 객석에서는 박유천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실소'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윤제문은 지난 4월 개봉한 가족영화 '아빠는 딸'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이는 영화에 악재가 됐다. 더구나 그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자 간담회에도 술이 덜 깬 상태로 나타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게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장근석은 2015년 1월 tvN '삼시세끼 어촌편'을 다 찍어놓고는 방송을 앞두고 '통편집'돼버렸다. 첫방송을 앞두고 그가 탈세논란이 휩싸이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그는 하차하기로 했다. 이미 촬영을 한 상태였지만 그의 분량은 전체 삭제됐고, 이 과정에서 '삼시세끼 어촌편'의 첫방송도 한주 뒤로 밀렸다.
◇ 전염병·사고·파업 등 외부 변수도
2001년 9월7일 개봉한 영화 '무사'는 당시로는 큰 제작비와 스케일을 자랑한 무협 액션 영화였다. 정우성, 장쯔이, 안성기 등 대형 스타가 출연했고 중국에서 고생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개봉 나흘 후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영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에 뉴스는 온통 9.11 테러로 채워졌고, 사람들의 관심도 여기게 집중됐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앞에 무협 액션 영화는 설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극장으로 가는 대신 TV 앞에서 테러 뉴스를 봤다.
훗날 '무사'의 제작자였던 당시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는 "TV에서 9.11 테러 상황을 보면서 (우리 영화는) 망했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2015년 전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연예가는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가수들의 음반 출시나 공연 스케줄이 조정되는 것은 기본이고, 공연 시장 자체가 침체된다. 사회적으로 큰 위기가 발생하거나 큰 슬픔이 일었을 때 '가무'가 가장 먼저 꺾이게 된다. 음반 출시 타이밍이 중요한 가요계에서 이 같은 돌발 변수는 한해 농사를 아예 접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천재지변과 다름없어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MBC TV 월화극 '20세기 소년소녀'는 MBC 노조 파업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작 차질로 첫방송이 2주 미뤄지더니, 첫방송도 스포츠 중계로 변칙 편성이 이뤄졌다.
그러더니 이제는 예정보다 드라마의 종영을 한주 앞당겨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가 '20세기 소년소녀' 후속작을 다른 방송사 신작과 동시에 시작하려는 계획으로 '20세기 소년소녀'를 빨리 끝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와 출연진으로서는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악재의 연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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