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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은 왜 어둡고 고통스러운가…작가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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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은 왜 어둡고 고통스러운가…작가의 답변

"내게 1980년 광주는 실존적이고 근원적인 사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 저는 밝다고, 밝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해야 인간이지 않을까, 사랑이 어디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면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소설가 한강(47)이 25일 오후 연세대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에서 동문 후배들과 만났다. 윤동주기념사업회 초청으로 모교를 찾은 한강은 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스로 "밝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강연은 자신의 소설들이 왜 그토록 어둡고 고통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지에 대한 작가의 주석과 같았다.

한강은 '채식주의자'·'희랍어 시간' 등을 쓰고 나서 "아주아주 밝은 소설을 쓰리라 생각했는데 잘 안 됐다"며 "언제부터 나에게 세계가 이렇게 힘들었는지 내면을 파고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광주민중항쟁과 관련한 수수께끼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기 때문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가져온 사진첩은 대부분 잔인한 방식으로 숨진 시신의 사진이었다. 또 한켠에는 줄을 서가며 헌혈하고 음식을 나누는 시민의 모습이 담겼다. "(그 사진에는)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공동체를 이뤄 피를 나누고,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들이었죠. 그렇게 무서운 폭력이 앞에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들을 했을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한강은 두 번째 수수께끼, 즉 시민들은 왜 폭력 앞에서 피와 음식을 나눴는지에 대한 의문을 간과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쓸 소설은 인간의 폭력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지만 두 번째 수수께끼로 나아가는 소설이어야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런 고민의 결과로 한강은 2012년 겨울 "감당할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하던 5월 광주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2014년 발표한 '소년이 온다'는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한 소년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작가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소설이기도 하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는 동안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들이 저를 돕고 있다고 느꼈다. 제가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죽은 자들이 저를 밀고 끌어갔다"며 "저에게 광주는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실존적이고 근원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 "소년의 얼굴을 생각할 때 떠올린 게 윤동주의 얼굴"이라며 "외꺼풀 눈에 조용하고 예민한 아이를 상상했다"고 떠올렸다.

한강은 어린 시절 윤동주 작품 가운데 '자화상'을 좋아했고 2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병원'에 마음이 가게 됐다고 한다.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 이것이 백 퍼센트 진실이라는, 거짓 없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요. 이 시인의 마음이 이렇게 밝고 아름답다는 사실, 그게 놀랍고 경이로워요. 그렇지만 이 사람이 결국 마주한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되면 더 무섭도록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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