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노동계 협조도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20만5천 명이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이러한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 835개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31만6천 명 중 64.9%인 17만5천 명이다. 이들 중 7만4천여 명은 올해 내로 전환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체 기간제 근로자를, 2020년 초까지는 파견·용역 근로자의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다. 1단계는 중앙정부, 지자체,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이고 2단계는 670개 자치단체 출연·출자 기관, 지방공기업 자회사 등이며, 3단계가 민간위탁기관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부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날 공개된 것은 구체적 실천계획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현재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37%에 불과하다. 그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급여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져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서둘러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공공부문이 마중물 형태로 선도적 역할을 해서 민간 부문까지 확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의 힘이 닿는 공공부문만 손을 대지만 차후에 민간 부문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안정을 우선 보장하고 처우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취업준비생들과의 형평을 고려해 자격증 보유자나 해당 직무 경험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0세 이상 5만4천 명,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교·강사 3만4천 명 등 총 14만1천 명은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선별 기준이 있었겠지만,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어떤 행태로든 처우개선 등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은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1천226억 원만 반영됐다고 한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하더라도 마냥 처우개선을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임금체계를 차별화한다 해도 정부의 재정 압박은 불가피할 것 같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큰 숙제다. 정규직으로 바뀌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기존 정규직보다 크게 떨어지면 '무기계약직'을 양산했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대책에 포함된 자회사 정규직 고용을 놓고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계에선 '노동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내용' '비정규직 제로 시대가 아니라 비정규직 절반 시대' 등의 반응을 보인다. 정부의 계획이 노동계 기대에 미흡하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정규직 전환을 정부 노력만으로 실현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풀려면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도 바로잡아야 한다. 고임금인 공공부문 정규직 근로자들의 이해와 양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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