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선언 러 여성 방송인 "푸틴 모욕할 생각 없어"
소브착 "대통령으로선 문제있어"…출마 기자회견 통해 푸틴 평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해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의 유명 여성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35)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모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현지 온라인 뉴스통신 '로시이스키 디알로그'에 따르면 소브착은 24일(현지시간)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개하면서 "푸틴은 사실상 내 아버지(아나톨리 소브착)의 목숨을 구했다. 인간으로서 푸틴을 모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이 대통령으로서 하는 모든 일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면서 푸틴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푸틴이 1990년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을 지낸 자신의 부친 아나톨리 소브착 밑에서 일하며 그를 도운 인연 때문에 푸틴을 인간적으로 모욕할 생각은 없지만 대통령의 정책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소브착은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를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자유분방한 여성 방송인이자 배우, 사교계 명사인 소브착은 지난주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했으며 이에 비판론자들은 그녀의 출마가 야권 분열을 노리는 크렘린과의 밀약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크림이 우크라이나 영토라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과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비판은 소브착이 크렘린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푸틴은 지난 1991~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대 민선 시장을 지낸 아나톨리 소브착 밑에서 대외관계 담당 부시장으로 일하며 그를 밀착 보좌했다.
아나톨리는 1996년 재선에 실패한 뒤 한동안 시장 재직 기간의 부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으나 모스크바로 옮겨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수장과 총리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푸틴의 도움으로 혐의를 벗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나톨리는 2000년 푸틴 대선 선거 운동 지원을 위해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일각에선 방송인이자 사교계 인사로 이름을 떨친 아나톨리의 딸 크세니야 소브착이 푸틴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크세니야가 최근 몇 년 동안 푸틴을 비판하는 야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왔음에도 그의 대선 출마가 크렘린과의 협의하에 이루어졌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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