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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폭력 이제 그만] ① 폭언·폭행에 멍드는 새내기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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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폭력 이제 그만] ① 폭언·폭행에 멍드는 새내기 의사들

폭언·폭행·성추행 '삼중고'에 시달려…전공의 71.2% "언어폭력 경험"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1. 최근 2년간 부산대병원에서 근무한 전공의 11명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A 교수로부터 정강이를 20차례 걷어차이거나, 회식 후 길거리에서도 수시로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머리를 맞는 일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수술기구로 구타를 당해 몸에 시퍼런 피멍이 들기도 했다. 부산대병원 노동조합으로부터 이 사건을 전해 받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수'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구타했다"며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병원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 올해 초 한양대병원에서는 당직 근무를 하던 전공의 2명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병원 측에 B 교수의 폭언과 폭행이 너무 심해 더는 참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진상 조사를 벌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B 교수가 전공의에게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 환자 앞에서도 전공의를 폭행해 인권을 유린한 정황을 확인했다.

#3. 연세의료원은 이달 중순 C 교수가 전공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 대한 자체 감사에 돌입했다. C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1년차 여성 전공의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고,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공의에게 강제로 러브샷을 하자고 요구했는데 당시 동석했던 다른 교수가 이를 방조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연세의료원 측은 "엄중한 실태조사를 통해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지른 구성원이 적발될 경우 '일벌백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의료 지식을 쌓아야 하는 전공의들이 폭언·폭행·성추행 등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뿐 아니라 '스승'인 교수에게도 부당한 행위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올해 4월 한 달 동안 전공의 1천76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복수 응답 가능)는 비율이 28.7%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례(17.6%)가 가장 많았고, 교수(9.5%)·상급 전공의(6.9%)·동료 또는 직원 등 기타(4.4%) 순으로 조사됐다.

성희롱보다 더 심한 성추행을 당한 전공의도 10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 과정에서 불쾌한 성적 추행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2%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추행 역시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당한 사례(5.6%)가 가장 많았고, 교수(3%)·상급전공의(2.5%)·동료 또는 직원 등 기타(1.1%) 순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 문제는 더 심각했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 71.2%가 피해를 호소했다.

신체 폭행 여부를 물은 항목에도 조사 대상자의 20.3%가 "당한 적 있다"고 답해 상당수 전공의가 폭언·폭행·성추행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안치현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이 성적·언어적·신체적 위해에 상당히 노출돼 인권을 침해당하기 쉬운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이런 비인간적인 근무환경으로 인해 전공의들은 유사 연령대의 다른 직종에 비해 4배가량 높은 우울증과 자살사고를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또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폭언·폭행·성추행을 저지를 교수가 정직 등 징계를 받더라도 복직 후 보복행위를 가하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신고하더라도 병원 측이 어물쩍 넘기거나, 징계 수위를 최대한 약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그냥 참고 넘긴다는 의견도 있다.

안 회장은 "폭언·폭행·성추행은 전공의 인권 훼손뿐 아니라 의료의 질의 저하와 직결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며 "전공의 인권보호를 위해 의료기관별 적극적인 내부 교육을 시행하고,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수련병원에 지급하는 정부 지원금 축소, 수련병원 자격 취소 등 엄격한 벌칙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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