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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청년들의 유쾌한 반란…소설 '서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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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청년들의 유쾌한 반란…소설 '서른의 반격'

손원평 장편소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 세대의 아픔은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핵심으로 떠오른 주제 가운데 하나다. 승자독식의 가혹한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 이야기는 20∼30대 독자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샀지만, 때로는 지나친 자조에 스스로를 가둔다는 지적도 받았다.

손원평(38)의 장편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은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를 묘사하며 전형적으로 출발하지만, 곧 자괴감이 저항과 연대의식으로 뒤바뀌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등장인물들이 구조적 모순에 맞서는 행동에는 비장미 대신 유쾌함이 서려 있다.

1988년에 태어나 올해 딱 서른인 지혜는 굴지의 재벌그룹 DM 산하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운 좋게 정직원이 되면 정식 채용에서 떨어진 본사에도 들어갈 기회가 있지 않을까. 같은 세대 누구나 가질 만한 계산법이다.

따라서 지혜는 상사인 김 부장의 거리낌 없는 방귀와 트림은 물론, 비민주적 업무방식과 의사소통 부재를 꾹 참는다. 성희롱 발언까지 일삼는 김 부장에 대한 불평을 그나마 여성인 유 팀장에게 털어놓지만, 둘 다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 팀장은 아이 둘을 키우느라 평소 김 부장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이 많다.

정직원 채용이라는 목표 아래 억눌린 지혜의 저항심리는 동갑내기 규옥이 새로 인턴으로 들어오면서 불타오른다. 미련한 곰처럼 일만 하는 규옥 역시 마음 한구석엔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었다. 규옥의 주도로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무인, 인터넷에서 '먹방'을 하는 남은 등 넷이서 모의를 한다.

"억울함에 대해 뒷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68쪽)






이들의 저항은 혁명보다는 게임이나 장난에 가깝다. '방귀 좀 뀌지마. 트림할 때 입 좀 다물어.' 김 부장에게 익명의 쪽지를 보내고, 임금을 체불한 대형마트 지점장 앞에서 춤과 노래로 짧은 퍼포먼스를 하고 사라진다. 이들의 반격에 대한 목격담을 SNS에서 보고 따라 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그러나 넷 사이에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고, 그러는 와중에 김 부장이 퇴사하면서 지혜에게 정규직의 기회가 찾아온다. 제도권에 안착해 기성세대가 걸었던 길에 들어설지, 놀이 같은 저항으로 사회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를 계속할지, 꼭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지. 소설은 이런 의문에 답을 찾아가는 지혜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손원평은 공감 불능을 치유하는 소년의 이야기인 장편소설 '아몬드'로 지난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올해는 '서른의 반격'으로 제주 4·3평화문학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사회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그들, 1%에게 농락당하는 세상, 변화의 주역으로 사는 주인공들을 설정하는 작가의 시각이 미쁘다"고 평했다. 240쪽. 1만2천500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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