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메이 英총리. EU에 '애걸'했다"는 獨 언론보도에 분노
파문 확산 속 융커 위원장은 보도 내용 부인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잘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브렉시트 협상을 도와달라고 '애걸'했다는 독일 언론보도가 파문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두 사람의 회동이 언론에 누출된 데 분노를 나타냈다고 영국이 일간 더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메이 총리와 EU 간의 계속되는 불화가 자칫 메이 총리 정부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22일 일요판에서 메이 총리가 지난 16일 융커 위원장과의 실무 만찬에서 '불안하고 낙담한 표정으로' 브렉시트에 대한 도움을 '애걸'했으며 '마치 구조 요청을 듣는 것과 같았다'고 절박성을 지적했다.
FAZ는 소식통을 언급하지 않은 채 메이 총리가 당내 분열에 빠져 있으며 마치 밤새 잠을 자지 못한 듯 눈가에 다크서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메이 총리의 영국 집권 보수당이 브렉시트 협상에 완강하면서도 소극적 입장을 취하는 등 자중지란을 보이는데 실망하고 있으며 만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 메이 총리가 실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실각할 경우 브렉시트에 더욱 강경한 입장의 보리스 존슨 현 외교장관이 후임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메이 총리는 물론 영국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한 언론보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 집권 보수당이 보이는 태도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지만 가장 우려하는 것은 메이 총리가 협상 도중에 교체되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영국이 '애걸' 보도에 발끈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자 융커 위원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융커 위원장은 '애걸'은 영국 총리의 스타일이 아니라면서 메이 총리는 총리로서 투쟁력과 함께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닉 티머시는 언론 누출 원으로 융커 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EU 집행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마틴 셀마이르(독일)를 지목했다.
티머시는 트위터를 통해 "브뤼셀의 누군가는 협상의 파국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셀마이르는 지난 4월 영국과 EU 협상팀 간의 첫 상견례 내용을 역시 독일 언론에 누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EU 내 분위기는 셀마이르가 이번 누출과는 관련이 없다는 중론이나 한 외교관은 그의 전력에 비춰 그를 의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논평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애걸' 보도 파문 속에 영국과 EU 관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가운데 23일 EU에 대해 강경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메이 총리는 만약 내년 여름까지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영국은 2019년 3월 과도기간 없이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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