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DMZ 시찰 안할 듯'…북핵위기 심화 우려했나
백악관 "캠프 험프리스 방문" 역대 美대통령 4명이 찾은 DMZ 배제 가닥
CNN·WP "트럼프 시찰 '도발적' 행보로 비쳐 긴장악화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한국 방문 기간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하지 않는 쪽으로 23일(현지시간) 가닥이 잡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4년간 남북을 가른 DMZ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 대통령들이 한미동맹 등 굳건한 '대북 결의'의 과시를 위해 방한 시 들러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던 상징적 장소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고도 여기서 나왔다.
심지어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도 방한 시 DMZ로 달려가 대형 쌍안경으로 북쪽을 응시하는 포즈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DMZ와 캠프 험프리스) 둘 다를 방문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사실상 DMZ 방문이 배제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 "일부 언론은 (안전 문제로) DMZ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안전이 우리의 고려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DMZ 시찰 배제 움직임에 대해 "현 상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언어가 긴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터라 안보 전문가들은 그의 DMZ 방문이 매우 '도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왔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파괴' 등의 초강경 군사경고를 거듭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중무장지대인 DMZ를 찾는 것 자체가 북한의 도발을 야기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려됐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행정부는 DMZ 방문이 북한과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한국 정부와 국무부의 우려 속에 트럼프 대통령을 DMZ에 보내야 할지를 놓고 입장이 갈렸다"고 지금까지의 기류를 전했다.
백악관 관리는 이날 DMZ 시찰 배제가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약화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이번 국빈방문에서 우리는 손님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를 캠프 험프리스로 초청했다. 이것이 부정적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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