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아끼는 것보다 경비원 존속 선택한 아파트단지
"월 5천원 아끼려 경비원 줄이고 싶지 않다"…경비원 감축 주민투표 '부결'
(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충남 서산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관리비를 더 내더라도 현재의 경비원 수를 줄이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국민임대주택 규모로 700여가구가 입주한 이 아파트는 일부 주민들이 제기한 '경비원 감축의 건'을 두고 지난 19∼22일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벌여 23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찬성 47명(10.6%), 반대 386명(87.3%), 무효 9표(2.0%)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추석 연휴에 앞서 일부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늘어난다며 현재 8명의 경비원을 4명으로 감축하는 안을 제기했고, 임차인대표자회의는 주민 의견을 들어 결정하자며 주민투표에 붙였다.
임차인 대표회의는 투표에 앞서 경비원 감축에 따른 장단점과 인근 아파트단지와 경비원 수 등을 비교한 유인물을 보내 자세하게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11년을 거주했다는 한 입주민이 "가구별로 월 5천원인 관리비를 아끼려고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아온 경비원을 감축하고 싶지 않다"며 "주민투표 공고문을 보고 부끄럽고 죄송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는 편지글을 주민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개표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자신이 투표하지 않으면 경비원이 감축될 것을 우려해 개인적으로 투표용지를 갖고 급하게 찾아온 주민이 적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자회의 관계자는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만큼 그 결과를 즉시 입주민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라며 "투표에 참가해 의견을 제시한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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