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 시장 440조원…"국내 기술력 해외 70% 수준"(종합)
국내 원전해체 경험은 없어…2028년께 장비개발 완료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를 수용하면서 외국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세계 시장 규모와 국내 기술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전해체는 원전을 영구정지한 뒤 관련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하는 활동을 말한다.
원전해체에는 즉시해체(15년 내외 소요)와 지연해체(60년 내외 소요) 두 방식이 있다. 미국은 지연해체에서 즉시해체로 방식을 전환하고 있고, 캐나다 등은 지연해체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용을 빼면 원전해체 경험이 아직 없다.
지난 6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가 첫 해체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즉시해체 방식으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면서 관련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고 향후 수출에도 나설 방침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총괄 관리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엔지니어링, 제염(除染)·철거, 부지 복원 등의 절차는 다른 전문업체와 협업해서 진행할 방침이다.
전 세계 원전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4월 현재 34개국에서 611기를 건설했고 449기가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160기가 영구정지됐고 19기는 해체가 완료됐다. 나머지 141기는 해체 진행(또는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원전해체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60~1980년대에 건설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2015~2019년에는 76기가 해체되며 2020년대에는 183기가 해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대와 2040년대 이후에도 각각 127기, 89기의 원전이 해체될 예정이다.
이 같은 원전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440조원(2014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미국전력연구원(E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해체비용 중 19%는 '방사성 폐기물처리 비용'이다. '해체시설 설계 및 관리 등 인건비'와 '제염·철거' 관련 비용은 각각 43.5%, 2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원전해체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원전해체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연구센터장을 맡은 김희령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지난 7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원전해체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전해체를 위한 핵심 기반기술 38개 가운데 고방사성 환경 로봇 원격절단, 저준위 부지 환경복원,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처리 분야를 포함해 11개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또 상용화 기술 58개 중에서는 엔지니어링 설계·인허가, 제염, 기계적 절단, 해체폐기물 처리, 잔류 방사능 측정 분야를 포함해 17개 미확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015년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한 뒤 관련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종설 한국수력원자력 팀장은 지난 7월 '원전해체 전문가 간담회'에서 "상용화 기술 가운데 17개 미확보 기술은 2021년까지 모두 개발할 것"이라며 "고리 1호기 해체에 필수적인 11개 해체 장비에 대해서도 2027년까지 단계적 개발을 완료해 해체현장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의 원전해체 장비개발 계획안을 살펴보면 한수원과 정부는 현재 계통제염장비(2014년 12월~2018년 9월, 이하 연구기간), 비용·물량·공정 통합시스템(2016년 5월~2019년 4월), 방사화 콘트리트 절단 장비(2016년 7월~2020년 6월) 등의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해체 필수 장비 11개 장비는 2028년까지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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