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IS 수도' 광장에 '쿠르드 삼촌' 외잘란 얼굴
테러조직 PKK 지도자로 19년째 투옥된 인물…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은 추앙
터키, 美에 불만 표출…美 "외잘란 현수막 규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옛 '수도' 시리아 락까 중앙 광장에 콧수염을 기른 한 남성의 대형 현수막 걸렸다.
시리아 IS 격퇴전의 지상군 주축인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걸어 놓은 이 현수막의 주인공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이끈 압둘라 외잘란(69∼71세 추정)이다.
1946∼1948년께 터키 남동부 쿠르드계 밀집 지역인 샨르우르파에서 태어난 외잘란은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1978년 터키 정치 혼란기에 그는 동료들과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결성하고, 독립국가 수립을 목표로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PKK는 1984년 본격적인 무장투쟁에 나서, 터키군·경과 민간인을 상대로 공격을 벌였다. 터키 정부와 PKK의 충돌로 최근까지 군경과 무장대원, 민간인 총 5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터키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PKK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터키 정보당국은 1999년 케냐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으로 외잘란을 붙잡아 터키로 압송했다.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터키가 2002년 EU 가입을 위해 사형제를 폐지한 후 가중처벌 종신형으로 형이 대체됐다.
그는 터키 마르마라해의 '감옥 섬' 이므랄르에서 19년째 복역 중이다.
터키에서 외잘란은 테러조직의 수괴이자 '살인마'로 취급되나 전 세계 쿠르드 분리주의자에게는 영웅적 혁명가요, 스승이다.
추종자들은 존경과 애정을 담아 그를 '아포'(Apo)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아포는 외잘란의 이름 '압둘라'의 축약형인 동시에 쿠르드어로 '삼촌', '작은아버지'를 뜻한다.
투옥된 지 만 18년이 흘렀지만, 쿠르드 사회에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2013년 외잘란은 옥중에서 터키 정부와 휴전을 선언했다. 휴전을 지시하는 옥중 서신이 쿠르드계 터키인 군중 앞에서 낭독됐다.
장기간 독방 투옥에 지친 외잘란이 터키 정부의 회유에 굴복했다는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외잘란의 직무대행은 그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터키정부와 PKK의 휴전협상은 2015년 7월 결렬에 이르렀고, 터키군이 소탕작전을 재개했다.
그는 무장투쟁을 지휘한 동시에 쿠르드 사회에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 저서가 40여 권에 이른다.
의도를 놓고 논란이 있으나 외잘란은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던 쿠르드 여성을 정치와 무장투쟁의 전면으로 끌어냈다. 그의 양성평등 사상 '지네올로지'는 '쿠르드 페미니즘'이라고도 불리며, 쿠르드 민족주의의 핵심 이데올로기를 구성한다.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쿠르드 분리주의 집회와 YPG 행사에는 어김없이 외잘란의 얼굴이 등장한다.
전 세계가 주목한 락까 '해방' 현장에 외잘란의 현수막이 걸리자 터키는 즉시 불쾌감을 표출했다. IS 격퇴전에서 쿠르드계와 손잡은 미국도 난처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일, "그들이 락까에 테러 지도자의 현수막을 걸어놨다"며 "미국은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PKK 지도자이자 설립자인 외잘란 현수막 설치를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현재로서는 쿠르드 민병대와 IS 격퇴전의 협력을 중단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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