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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활동가의 죽음…군부독재 '악몽'에 휩싸인 아르헨티나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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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활동가의 죽음…군부독재 '악몽'에 휩싸인 아르헨티나 총선

실종 인권활동가 추정 시신 발견 후 여야 의회 중간선거 운동 중단

여론조사서 응답자 73%, '경찰이 살해 추정'…야당에 유리할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실종된 청년 인권활동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오는 22일(현지시간) 치러질 아르헨티나 의회 중간선거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여야가 시신 발견 이후 선거 운동을 일제히 중단한 가운데 시신 발견이 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20일 일간 클라린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공화주의제안당(PRO)이 실종된 청년 운동가로 추정되는 시신 발견 이후 의회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산티아고 말도나도(28)의 시신이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해안경비대 잠수부들은 지난 18일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있는 추부트 강바닥에서 말도나도로 추정되는 시신을 인양했다.

인양된 시신의 옷에서 말도나도의 신분증이 발견된 데다 옷차림이 마지막 목격 당시와 같았다.

시신은 말도나도 가족의 요청에 따라 부검을 위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옮겨졌으며 이르면 이날 중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공예품 장인이자 문신 예술가인 말도나도는 지난 8월 1일 파타고니아 남부 지역인 추부트 주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이탈리아 의류업체인 베네통이 소유한 대지에서 쫓겨난 마푸체 원주민들의 토지 권리 복원과 원주민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종됐다.

정부는 실종 초기에 말도나도가 마푸체 운동가들에게 납치됐거나 이웃 나라인 칠레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시위 진압을 피해 도망치다가 익사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말도나도의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그가 경찰 호송차에 실려 갔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실종 배후에 정부가 있을 것으로 주장해왔다.




여론은 정부 주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여론조사서 말도나도가 경찰 등 치안 관련 인사들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믿는 비율은 73%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시신 발견이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35%였다.

심지어 시신 발견은 신당 '시민연합'을 이끌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역구로 하는 상원의원 선거에 뛰어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정부가 말도나도 실종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고 강하게 비난해왔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행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에스테반 불리치와 경합하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시신 발견 전에 2∼4%포인트가량 지지율이 뒤처졌으나 유권자의 12%가 시신 발견 후 지지후보를 바꿨다고 답했다. 선거전의 막판 변수가 되는 셈이다.

말도나도 실종 사건이 아르헨티나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군부독재 정권이 자행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에 대한 악몽 때문이다. 1976년부터 1983년 사이에 군부독재 정권은 야당 인사 등 정부 비판자들을 상대로 납치, 고문, 살해를 저질렀다. 이 기간 실종되거나 살해된 사람은 최대 3만여 명에 이른다.

취임 이후 각종 친시장 개혁과 기존 좌파 정권이 시행한 복지를 뒤집는 긴축 정책을 펴온 마크리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로 여겨지는 이번 선거에선 257명의 하원의원 중 127명이, 72명의 상원의원 중 24명이 새로 선출된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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