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부담에 정관수술"…출산 대책 마련 토크쇼 열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젊은 커플이 아기 낳기 겁나서 정관수술을 하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20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에서 부산여성NGO연합회 주최로 저출산과 육아에 대해 시민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결혼 is' 토크쇼가 열렸다.
토크쇼는 결혼 적령기 성인 남녀 200명이 참가해 전문가의 주제 발표를 듣고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만들어졌다.
전문가로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문정희 연구원이 나와 부산의 현주소를 짚었다.
문 연구원은 전국 7대 도시 중 부산의 가임기 여성 비율이 46.5%로 2007년부터 10년째 전국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대 도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을 말한다.
가임기 여성 비율은 지역 내 전체 여성 중 15∼49세 여성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도시 소멸 지표'를 만들 때도 중요한 기준으로 쓰인다.
부산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2만4천906명으로 2000년도 4만877명에 비해 반 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이 지속하면 2010년 15% 수준인 노인부양비가 2040년에는 65.4%가 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원인으로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결혼관과 모성보호 제도의 미흡이 꼽혔다.
토론회에 참가한 한 20대 미혼 여성(지역 은행 근무)은 "취업을 늦게 하다 보니 돈을 모을 기회가 없었고 저 자신을 위해 투자할 시간이 아직 필요하다"면서 "결혼에 대한 꿈과 로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정한 결혼 '가이드라인 연령'에 맞출 필요가 없다. 늦어지면 40세에 결혼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이 공개한 '부산사회조사' 결과에도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0년 31.6%에서 불과 6년만인 지난해 43.2%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 미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문 연구원은 "여성의 경제참여 비율은 높아졌지만 여성의 가사 분담 비율은 남성의 5.2배로 여전히 심각하고 사회의 육아 제도 미흡으로 일·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보승희 부산시의원은 "주거 마련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아기 낳기가 두려워 정관수술을 하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면서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30대 기혼 여성은 "여성들이 근무시간을 조정해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 확대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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