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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 선 오페라 '리골레토'…캐슬린 김 절창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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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 선 오페라 '리골레토'…캐슬린 김 절창 돋보여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리뷰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소프라노 캐슬린 김이 1막 후반 아리아 '사랑스러운 그 이름'을 부르자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국립오페라단의 '리골레토'를 감상한 관객들은 이 벨칸토(성악가의 기교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창법) 기교의 난곡을 이처럼 숨 쉬듯 자연스럽게 불러내는 가수에게 경의를 표했다.

권력자의 횡포를 비판한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토대로 한 '리골레토'는 자신의 딸을 겁탈한 군주에게 복수하려다 되레 딸을 죽이게 되는 궁정광대의 비극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알레산드로 탈레비는 베르디 원작 배경인 17세기 만토바 공작의 궁을 현대의 클럽으로 바꾸어놓았다.

클럽 소유주인 만토바 공작과 그 부하들이 조폭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이들과 함께 있는 여자들은 모두 성적으로 대상화돼 물건처럼 취급당한다. 리골레토는 그 클럽에서 쇼를 하는 코미디언으로 등장한다.





탈레비는 "현재의 폭력과 범죄, 갱스터 세계를 무대 위로 가져와 관객들이 이 오페라가 지닌 어두운 분위기를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연출가에 따르면 자신이 속해 있는 폭력적인 사회에서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 리골레토의 과잉보호는 딸 질다를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그런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질다는 가치 없는 사랑에 목숨을 바친다. 아버지의 지나친 사랑이 결국 딸을 파괴한다는 해석이다.

현대적 무대와 함께 질다를 연기한 캐슬린 김의 절창이 객석을 사로잡았다. 국내 '리골레토' 공연 가운데 이보다 더 뛰어난 질다가 있었던가를 돌이켜보게 했다.

2막에서 공작에게 겁탈을 당한 후 아버지에게 고백하는 노래 '성당에 갈 때마다'로 마음 깊은 곳을 흔드는 절절한 음색과 표현력을 보여줘 관객의 감탄뿐만 아니라 눈물까지 끌어냈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정호윤은 3막 '여자의 마음'을 비롯해 1막과 2막의 아리아 모두를 당당한 고음과 유려한 프레이징으로 불러냈고, 명료한 발음으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마음에 울리게 했다. 특히 질다와의 사랑의 이중창 '사랑은 영혼의 태양'에서 캐슬린 김과의 호흡은 관객을 매료시켰다.

리골레토 역의 이탈리아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는 음량과 음색을 적절히 조절해 딸에 대한 자애로움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탁월하게 대비시켰다. 특히 질다를 감싸 안는 그의 몸짓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음악 없이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본능적이어서 감동을 자아냈다.







여러 조역 및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훌륭한 가창과 연기도 공연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알랭 갱갈이 지휘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전반적으로 무난했고 극적 감각이 두드러진 부분도 있었으나, 전주곡 도입부의 매끄럽지 못한 출발과 악상의 기계적인 해석, 2막 도입부의 응집력 부족한 연주 등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이번 프로덕션은 연출가 탈레비가 2014년 이탈리아 안코나의 극장 '테아트로 델레 무제(Teatro delle Muse)'와 파노의 '테아트로 델라 포르투나(Teatro della Fortuna)' 무대에 올렸던 연출 콘셉트와 무대 디자인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의상 및 조명디자이너 등 제작진이 다르게 구성됐고 무대를 새로 제작했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새 프로덕션처럼 보이지만, 기존 콘셉트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어느 정도 첨가한 연출인 셈이다.

작년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에서도 같은 점이 지적된 바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연출가에게 서울 공연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션을 요구하는 것이 옳으며,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연출했을 경우에는 프로그램 북을 통해서라도 그 사실을 관객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본다.

rosina@chol.com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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