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탓 매년 최소 900만명 일찍 죽는다…6명 중 1명 사인(종합)
국제공동연구 결과…"인류세에 죽느냐사느냐의 난제" 결론
대기·수질·일터환경·납중독 順…오염피해도 빈부따라 양극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전 세계에서 해마다 900만명 이상이 환경오염 때문에 일찍 숨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유럽연합(EU), 미국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한 '랜싯 환경오염·보건 위원회'는 2년간의 조사 끝에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오염 때문에 기대수명보다 적게 사는 이들의 수인 연간 900여만명은 전체 사망자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가디언은 오염을 측정하기 어려운 까닭에 실제 수치는 수백만명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염에 인한 사망자의 규모가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사망자를 합한 것의 3배라고 해설했다.
위원회는 오염원을 기준으로 따질 때 공기오염이 매년 650만명을 조기사망으로 이끌어 가장 위협적이라고 지목했다.
수질오염은 180만명, 사업장 안에서 노출되는 공해는 80만명, 납 중독은 50만명의 조기사망자를 해마다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공해와 관련된 조기사망자의 92%는 소득수준이 낮거나 중간에 이르는 국가들에서 광범위한 질환과 함께 나타났다.
산업화 중인 몇몇 신흥국에서는 사망원인의 4분의 1이 공해와 관련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최악의 사례는 환경오염에 따른 조기사망자가 각각 250만명, 180만명에 달하는 인도와 중국으로 지적됐다.
선진국들에서는 화석연료나 화학물질과 관련한 대기오염 등 현대적 형태의 오염에 따른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에 따른 조기사망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한 것으로 진단됐다.
빈국에서는 환경오염과 연관된 사망이 전체 보건지출의 7%를 차지하고, 이로 인한 조기사망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이 2%까지 감소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보건지출의 해당 비율이 1.7%, GDP 손해분이 0.5%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사망 원인 가운데 최악으로 지목된 공기오염은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았다.
차량과 산업체에서 대기에 배출하는 유해가스뿐만 아니라 난방과 요리를 위해 집안에서 태우는 연료도 조기사망을 부르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오염공기 노출은 심장병, 뇌졸중, 폐암, 만성폐쇄성질환 등 전염성이 없는 질환으로 이어졌다.
그에 반해 수질오염은 주로 전염병을 불렀다.
사업장 내 공해는 염색공장 노동자들의 방광암,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폐암과 중피종처럼 다양한 범위에 비전염성 질환으로 연결됐다.
일터 오염에 따른 사망자는 영국, 일본, 독일이 10위 안에 포함되는 등 선진국에서도 우려로 자리를 잡았다.
보고서는 공해로 인한 사망, 와병의 부담이 거대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전체적인 피해 규모에는 변동이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기사망의 원인이 되는 공해의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
수질오염, 나쁜 실내공기에 따른 사망자는 줄고 있으나 산업화와 관련한 사망자는 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이 공해에 더 큰 위협을 받는다는 점은 국가별 빈부차를 떠나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 내 계층단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의 저자인 카티 산딜랴 미국 환경단체 '퓨어어스' 대표는 미국 뉴욕시에서 버스 정거장 가까이에 거주하는 빈민층, 이탈리아 로마에서 납 광산 근처에 사는 코소보 난민 등을 예로 들었다.
산딜랴는 "환경오염, 빈곤, 저질적인 보건, 사회적 불평등이 깊이 서로 연관돼있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 가장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주 피해자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결론에서 저자들은 "인간이 지배하는 '인류세'에 환경오염은 죽느냐 사느냐의 난제 가운데 하나"라며 "오염 때문에 지구를 유지하는 체계의 안정성, 인간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공동으로 이끈 필립 랜드리건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대 교수는 "보건, 경제,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오염은 그간 국제지원, 국제보건 의제에서 간과돼왔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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