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선언 러 여성 방송인 소브착 "푸틴에도 출마 알렸다"(종합)
'트로이 목마' 지적 반박…크렘린궁도 "소브착 출마 결정에 간여 안 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해 조용한 러시아 선거판에 파문을 일으킨 유명 여성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35)이 자신의 출마 계획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도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출마해 4기 집권을 이어갈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크렘린궁은 그러나 소브착의 대선 출마 결정에 크렘린이 개입됐다는 세간의 의혹을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소브착 출마 계획이 크림린궁에서 기획됐다는 의혹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만큼 그의 경쟁자에 관해 얘기하는 것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소브착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당일인 전날 자신이 일하고 있는 야권 성향 TV 방송 채널 '도즈디'(비) 인터뷰에서 아버지 아나톨리 소브착 전(前)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쓰려고 최근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 출마 계획을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미 출마 결정을 한 상태였고 대통령에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에게 내 얘기가 마음에 들었다는 느낌은 없었다"면서 다만 "그가 모든 사람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스스로 출마를 결정했다는 소브착의 이 발언은 그의 대선 출마가 크렘린과의 밀약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 여성 방송인이자 배우, 사교계 명사인 소브착은 앞서 이날 인스타그램에 개설한 선거운동 계정을 통해 "다른 모든 러시아 시민과 마찬가지로 나도 대선에 입후보할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사용하려 한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선 대선 투표율 제고와 야권표 분산 전략을 꾸미고 있는 크렘린이 소브착을 부추겨 출마 결정을 하게 했으며 그 대가로 그에게 국영 방송 중요 보직 등을 약속했을 것이란 비판적 관측이 제기됐다.
소브착은 도즈디 인터뷰에서 자신이 크렘린의 '트로이 목마'라는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도 자신의 출마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며 유죄 판결을 받은 경력으로 현재로썬 대선 출마가 어려운 나발니가 실제로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자신이 사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브착은 "그(나발니)가 (대선 후보로) 등록되면 내가 후보직을 사퇴하는 방안까지를 포함해 가능한 선택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된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발니는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로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본인은 헌법상 징역형을 살고 있는 사람만 대선에 출마할 수 없으며 자신은 집행유예 상태이기 때문에 출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유분방한 방송인이자 사교계 명사인 소브착은 1990년대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대 민선 시장을 지낸 아나톨리 소브착의 딸이다.
푸틴 대통령이 아나톨리 시장 밑에서 부시장을 지냈고 그를 정치적 멘토로 여기기 때문에 소브착 가계와 푸틴 대통령의 인연도 깊다.
2000년대 중반 인기 민영방송 TNT에서 선정적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돔-2'(Home-2)를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명성을 얻은 소브착은 지금도 도즈디 방송에서 토크쇼 진행자로 일하고 있다.
누드사진 촬영, 재벌과의 시한부 결혼 등으로 화제를 뿌려 '러시아의 패리스 힐턴'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2011∼2012년 총선 부정과 푸틴 대통령의 3선 도전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서부터 야권 활동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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