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두산은 선발에, NC는 불펜에 '불났다'
두산 니퍼트·장원준, 충격의 대량실점
NC, '맨쉽 승부수'에도 불펜 부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믿는 도끼가 곰과 공룡의 발등을 찍었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강점은 각각 선발진과 불펜진이다.
하지만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 두산의 선발과 NC의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7일 1차전은 NC의 13-5 승리, 18일 2차전은 두산의 17-7 승리로 끝났다.
이틀간 양 팀이 만루 홈런을 주고받을 만큼 타선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는 마운드 붕괴와 같은 말이다.
선발투수 성적을 보면, 1차전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NC의 '차세대 토종 에이스' 장현식은 3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김경문 NC 감독은 경기 전부터 "상황에 따라 투수를 빨리 교체할 수 있다"고 예고했고, 실제로 불펜 조기 투입을 단행했다.
그러나 두산은 다르다. 니퍼트는 포스트시즌마다 '니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해왔고 올해도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5⅔이닝 만에 대량실점으로 강판당한 것은 충격이다.
니퍼트는 1차전 NC 타선에 두들겨 맞으면서 포스트시즌 36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도 멈춰야 했다. 특히 NC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2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상대였다.
니퍼트를 이어 등판한 함덕주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분위기를 수습했지만, 이용찬 1이닝 1실점, 이현승 ⅓이닝 3실점, 김명신 3실점, 이영하 1⅓이닝 무실점 등 불펜도 불안했다.
NC 불펜은 1차전에서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의 '깜짝 불펜 카드' 제프 맨쉽이 1⅓이닝 1실점, 이민호 1⅔이닝 무실점, 구창모 ⅔이닝 무실점, 김진성 1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맨쉽의 실점이 남긴 찜찜한 불안감은 2차전에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일단 2차전에서 선발투수는 두 팀 모두 난조였다.
두산 투수 중 침착하고 꾸준하기로 이름난 좌완 장원준이 5⅓이닝 6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홈런 3방에 무너졌는데, 장원준이 한 경기에서 피홈런 3개 이상을 맞은 적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2014년 5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처음이다.
NC 이재학은 3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승부는 불펜 싸움에서 갈렸다.
두산은 불펜이 김승회 1⅓이닝 1실점, 함덕주 1⅓이닝 무실점, 김강률 1이닝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묶어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NC는 마무리 투수 임창민을 제외한 불펜 전원을 투입하고도 참혹한 결과를 맞이했다.
이민호가 2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구창모 2실점(2볼넷), 맨쉽 ⅓이닝 3실점, 원종현 ⅓이닝 3실점, 임정호 무실점(야수 실책), 최금강 ⅔이닝 3실점, 정수민 1이닝 2실점으로 집단 붕괴했다.
특히 최주환에게 역전 만루포를 허용한 맨쉽의 부진이 뼈아프다.
NC는 맨쉽을 불펜으로 돌리면서 지친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분산하려고 했다. 이는 선발투수 자원 한 명을 포기하면서까지 감행한 '승부수'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무대 월드시리즈에도 불펜으로 출전했던 맨쉽의 경험을 향한 신뢰이기도 했다.
그러나 맨쉽이 예상을 뛰어넘게 부진하면서 NC의 불펜 운용은 물론 선발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NC는 3차전에는 에이스 에릭 해커를 선발로 내보내지만, 4차전에는 이미 불펜으로 등판했던 선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워야 하는 처지다.
또 맨쉽이 구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원종현, 김진성 등 잦은 포스트시즌 등판으로 피로가 쌓였을 불펜투수들의 휴식 안배가 더욱 어려워진다.
두산은 최강의 원투펀치 니퍼트와 장원준의 부진으로 '판타스틱4' 자존심이 균열이 갔다. 니퍼트, 장원준과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투수진은 두산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원동력이었다.
보우덴, 유희관이 '자존심 회복투'를 펼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듯한 NC 타선은 이미 판타스틱4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여기에 상대 투수에 따라 맞춤 타선을 낸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이 보우덴, 유희관을 어떻게 공략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