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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제로' 등장에 바둑계 "더 인간처럼 두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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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제로' 등장에 바둑계 "더 인간처럼 두는 것 같다"

목진석 국가대표 감독 "이미 기계끼리의 싸움…충격은 더 적다"

이세돌 "어린 바둑 기사들에게 많은 영향 줄 것"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알파고 제로'라는 바둑 괴물의 등장에 인간 바둑계는 '동반성장'을 기대했다.

2016년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를 내놓았던 구글 딥마인드 연구자들은 19일 최신 버전 '알파고 제로' 연구 논문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알파고 제로는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겼던 '알파고 리', 커제 9단을 3대 0으로 제압했던 '알파고 마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방법으로 바둑을 학습해 기존 버전의 실력을 뛰어넘었다.

인간이 정한 정석과 기보를 토대로 바둑을 학습한 기존 버전과 달리, 알파고 제로는 기본 규칙만 아는 상태에서 바둑을 스스로 깨우쳤다.

인간의 지식에 속박되지 않은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바둑의 신' 경지에 다다랐다.

알파고 제로가 72시간 독학 후 '이세돌 9단 대 알파고 리' 실전 당시와 똑같은 대국 조건(제한시간 2시간씩)에서 알파고 리와 대결한 결과, 100전 100승 무패를 기록했다.

알파고 제로가 40일에 걸쳐 2천900만 판을 혼자 둔 후에는, 올해 커제 9단을 꺾었던 종전 최강 버전 알파고 마스터를 100전 89승 11패로 제압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 국가대표팀 감독인 목진석 9단은 "바둑계는 이미 기존 알파고의 수법을 많이 모방하고, 거기서 새로움을 창출하고 있다"며 "알파고 제로의 등장으로 새로움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바둑 전체의 추세와 판도는 알파고와 함께 진화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인공지능이 정식 대국에서 최고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의 충격과 비교하면 알파고 제로의 등장 자체가 크게 놀랍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목 9단은 "충격의 강도는 처음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인간 대 인공지능)를 봤을 때가 더 강하다. 또 알파고 마스터가 강화학습을 위해 벌였던 50판의 '셀프 대국'(인공지능 대 인공지능) 기보를 봤을 때와 비교해도 충격의 강도가 덜하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이해도 안 되고 외계인의 바둑 같았다. 그런 것을 이미 많이 접하고 나서 그런지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알파고와 사람의 실력 차를 논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컴퓨터끼리의 대결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알파고의 수준이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충격의 강도도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알파고 제로의 등장은 여전히 바둑계 호기심을 자극한다.

목 9단은 국가대표 기사들과 함께 이미 알파고 제로 연구에 착수했다.

알파고 마스터가 올해 커제 9단과 대국할 때 자주 선보인 실리형 '3·3 침투'는 여전히 많이 나온다는 점 등을 알아가고 있다.

그는 "아직 제한적인 자료만 입수한 상태이고, 그마저도 아직 정확하게 다 보지는 못했다"며 "아직 알파고 제로의 스타일이나 성향, 자주 나오는 패턴 등을 분석하기는 이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대표 기사들은 "몇 판만 봤을 때 오히려 알파고 제로가 기존 버전보다 '더 인간처럼 두는 것 같다'"는 인상 받기도 했다고 목 9단은 전했다.




알파고 제로는 독학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알고 있는 정석을 스스로 깨닫는가 하면, 독특한 정석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목 9단은 "이미 프로 바둑에서도 정석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정석이 유행하기도 한다"며 "수법이 진화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알파고 제로가 제시한 새로운 정석이 인간 바둑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알파고와 싸워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인간 기사인 이세돌 9단은 "이전의 알파고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알파고 제로가 나온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알파고의 발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어린 기사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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