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CJ컵 승부처 18번홀 "왼쪽 페어웨이 공략할까?"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지난 2002년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서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 1라운드 18번홀(파5)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드라이버로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화산석 무더기 속에 빠졌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1벌타를 받은 소렌스탐은 18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투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아낸 동반 선수 박세리에 이 홀에서만 2타나 뒤졌다.
소렌스탐이 티샷한 볼이 빠진 돌무더기 일대에는 그때부터 '소렌스탐의 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인브릿지 골프클럽의 간판인 18번홀은 티샷이 떨어지는 페어웨이가 둘로 나누어져 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관목이 우거진 화산석 무더기 '소렌스탐의 숲'이 왼쪽 페어웨이와 오른쪽 페어웨이를 갈라놨다.
'소렌스탐의 숲'을 넘기면 왼쪽 페어웨이다. 왼쪽 페어웨이에 볼을 떨구면 그린까지는 160야드가량 남는다. PGA투어 프로 선수라면 8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다. 버디는 떼어놓은 당상이고 이글도 가능하다.
'소렌스탐의 숲' 오른쪽 페어웨이로 볼을 보내면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기가 힘든 거리가 남는다. 5번 우드 정도를 잡아야 한다. 물에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이라 페어웨이우드로 그린 공격은 부담스럽다. 세 번에 끊어가야 한다.
'소렌스탐의 숲'을 넘기면 큰 이점이 생긴다.
문제는 드라이버로 떠서 날아가는 거리가 300야드는 되어야 '소렌스탐의 숲'을 넘길 수 있다.
또 300야드 이상 장타가 똑바로 날아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밀리면 '소렌스탐의 숲'에 걸린다.
CJ컵을 앞두고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을 통해 코스를 파악한 선수들에게 18번홀 공략 계획을 묻자 PGA투어 선수와 코리안투어 선수는 다소 결이 다른 대답을 내놨다.
PGA 투어에서 손꼽는 장타자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18번홀에서 왼쪽 페어웨이를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날씨가 따뜻하고 맞바람이 불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애덤 스콧(호주)도 "2타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18번홀에서 이글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왼쪽 페어웨이를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왼쪽 페어웨이로 치겠다는 코리언 투어 선수는 없었다.
최진호는 "300야드를 쳐야 왼쪽 페어웨이 초입에 떨어진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굳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장타자 이정환도 고개를 저었다. 뒷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는 한 '소렌스탐의 숲'을 넘어갈 장타를 구사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정확한 드라이버샷이 장기라고 자부하는 이형준은 "오른쪽 페어웨이로 쳐도 버디를 잡을 수 있다"며 모험은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4년 동안 LPGA투어 대회를 치르면서 숱한 드라마를 연출했던 나인브릿지 골프클럽 18번홀에서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관심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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