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각종 장점에 지원 공언했지만…기업 통계 '부실'(종합2보)
'시장경제 부작용↓ 공동체가치↑' 장점에 선진국선 '활발'…국내선 '답보'
기재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중복 현황도 제대로 파악 안 돼
정부 "올해 말까지 부문별 추가 대책 발표"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새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진지한 고민 없는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고용 창출력이 높고 공익적 가치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답보 상태에 머문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처별로 산재한 지원 체계를 통합하겠다면서 정작 사회적 경제 기업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경제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세한 설명 없이 비현실적인 단순 통계를 앞세우고 기존 대책을 반복하는 성급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정부 차원의 시급한 실행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부문별 중장기 대책을 추가로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사회적 경제 고용 비중 1.4%…EU의 20% 수준
사회적 경제는 취약계층 고용, 문화 다양성 제고 등 공익적 가치를 효율성이 높은 시장 원리를 일부 적용해 생산·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시장 원리에 의한 생산·소비와 정부가 보조하는 생산·소비 방식의 중간 개념인 셈이다.
가령 고용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주로 고용해 빵을 만들어 팔거나 학교 밖 청소년을 상대로 바리스타 교육을 한 뒤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사회적 경제 육성은 지금까지 시장경제나 공공영역으로 해결이 쉽지 않았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정책 목표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대부분 노동집약적 사업이다 보니 고용 창출력이 높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수평적이어서 고용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경제 원리로 달성이 어려운 소득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가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성장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생산과 소비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많아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비대면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사회적 경제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정하고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답보만 거듭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부처별로 사회적경제 지원책을 마련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 중이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사회적경제의 고용 수준은 전체 대비 1.4%에 그치는 등 유럽연합(EU·6.5%)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을 제1과제로 내건 새 정부가 사회적경제 육성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 전체 사회적경제 기업 수 제대로 파악 안돼
하지만 중앙 부처 차원의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각종 통계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지원안도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다.
기재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사회적경제 기업 수는 총 1만4천948개, 고용인원은 9만1천10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통계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보건복지부의 자활기업, 협동조합 통계를 단순히 합한 것으로 중복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가령 다수 기업이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이면서 협동조합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숫자는 단순 합산됐다.
사회적경제 육성책을 만들면서 가장 기본적인 통계인 전체 관련 기업 수와 고용 현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관계 부처, 통계청 등과 협의해서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기업 사례 통계도 같은 자료에서도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빚어졌다.
도우누리 사회적협동조합의 고용 인원은 309명과 303명을 혼용해서 사용했고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19곳인지 21곳인지 같은 자료에서 제시하는 숫자가 달랐다.
와플대학 협동조합의 매장 수도 어느 곳에서는 49개라고 언급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43개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료 작성을 위해 최신 숫자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반영을 미처 하지 못한 곳이 있어 오류가 생겼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중복 여부는 각 부처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의 '등록 후 3년' 생존율이 99.2%에 달한다는 통계를 제시했지만 일반 기업(38.2%)보다 지나치게 높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단순 통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영 여건이 좋지 않지만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가까스로 기업활동을 지속하는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정책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대적으로 늘어나면 좀비 기업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데도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겨우 생존하는 사회적기업이 늘어나면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자리 잡기 힘들어진다. 한계기업에 정부가 혈세를 퍼붓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기업은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아도 해고 등을 하지 않아 생존율은 높지만 상황은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지원책으로 크게 판로 개척과 금융 지원을 들었지만 공공조달 강화는 기존 대책을 강화한 수준이고 생산성 제고 대책 없는 보증 지원은 국민 혈세를 담보로 한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지역적 특징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날 대책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다.
우범기 기재부 장기전략국장은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5개년 종합계획 수립해서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며 "정부와 민간 지자체가 어떻게 역할을 할지 추가로 대책 마련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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