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쿠르드 일촉즉발…독립선언 키르쿠크 놓고 교전(종합2보)
"로켓포 오갔다"…쿠르드 독립투표 후 갈등 심화
이라크 "공군기지·발전소 탈환"…美 "둘다 진정하라" 긴장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김수진 기자 = 이라크 정부군과 최근 독립을 선언한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갈등이 군사충돌로 번졌다.
쿠르드계가 장악하고 있는 키르쿠크의 점유권을 둘러싸고 교전까지 불거지자 양측을 모두 지원하는 미국이 긴장해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AP, AF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과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 민병대는 16일(현지시간) 북동부 키르쿠크를 향해 진군했다.
이 같은 군사작전은 키르쿠크의 유전과 군기지를 쿠르드계로부터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이라크 정부군은 성명을 통해 키르쿠크 남부의 여러 지역을 쿠르드 병력으로부터 빼앗았다고 밝혔다.
되찾은 시설들 가운데 K1 공군기지, 발전소, 산업지구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키르쿠크는 이라크 북동부의 유전지대로 공인된 쿠르드계 자치권역이 아니다. KRG의 군사조직인 페슈메르가는 2014년 6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이 도시를 장악했다.
이라크 정부는 키르쿠크에 있는 군사기지와 재정확보의 젖줄이 될 수 있는 유전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KRG는 이를 거부해왔다.
특히 키르쿠크는 지난달 25일 KRG의 독립 주민투표 때 동참하고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KRG는 이라크 정부군의 발표를 확인하지 않았으나, 현지방송은 페슈메르가가 키르쿠크 남부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KRG와 이라크 정부는 모두 이날 교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쿠르드자치정부 안보위원회(KRSC)는 키르쿠크 남부에서 이라크 정부가 지원하는 민병대가 공격을 가해와 미군이 공급한 그들의 군용차량 험비를 최소 5대 파괴했다고 밝혔다.
키르쿠크 주민들도 산발적 폭음을 들었다고 AP통신에 교전 정황을 증언했다.
AFP통신은 KRG 군조직인 페슈메르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이라크군과 쿠르드 군이 키르쿠크 남부에서 서로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이라크군 소식통도 양측이 상대를 향해 로켓포를 쐈다고 밝혔다. 페슈메르가 병사들이 다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쿠크의 유전은 아직 쿠르드계가 점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쿠르드 경찰 지휘관은 유정들을 경찰력으로 모두 장악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 지휘관은 "지금까지는 유정을 넘기라는 합의가 없었다"며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은 군에 충돌을 먼저 시작하지 말되, 공격을 받으면 응전하도록 명령했다.
키르쿠크는 쿠르드계와 아랍계 민족이 뒤섞여있으며, 쿠르드자치지역은 아니지만 쿠르드계 인구가 많다.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계의 분쟁은 KRG가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하면서 급격히 격화했다.
BBC방송은 전날 회담이 열렸지만 쿠르드 지도부가 독립투표 결과를 백지화하라는 이라크 정부의 요구를 거절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양측을 모두 지원한 미국은 바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국방부는 14일 양측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피하고 대화로 돌아가 상황을 진정시킬 것을 촉구했다.
로라 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어느 쪽에서 나온 것이든 폭력에 반대하며 IS에 맞선 싸움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이라크의 안정을 약화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즉각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키르쿠크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양측이 대치하고 있다는 보도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라크 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와 함께 이번 사태에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IS 격퇴전에서 주축 지상군 역할을 하는 이라크 정부군과 페슈메르가, 양측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그러나 미국, 쿠르드족의 득세를 불안하게 보는 주변국 터키, 이란과 마찬가지로 KRG의 독립투표에는 반대했다. 이라크 정부군, 페슈메르가 양측이 극단주의 격퇴전에 집중해달라고 촉구해왔다.
kje@yna.co.kr,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