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유해 소화기가 '청정소화기'로 둔갑돼 판매"(종합)
진선미 "'HCFC-123 소화기' 제조업체들이 허위·과장광고" 주장
공정위 "고시에 HCFC-123를 청정소화약제로 구분…심사불개시 결정"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인체 유해성이 적지 않은 '할로겐화합물(HCFC-123) 소화기'가 시중에서 '청정소화기'로 둔갑해 판매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HCFC-123은 산업안전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 '흡입에 의해 신체 흡수가 가능하고, 공기 중 고농도 상태에서 산소결핍을 일으켜 의식상실 혹은 사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물질이다.
미국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DB)에서도 '급성 간 기능 유발 및 눈 자극성 유발' 물질로 정하고 있다.
환경부의 해외 동물실험 연구자료도 노출 시 눈 자극, 염색체 이상 가능성, 근로자 간 손상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국내 HCFC-123 소화기 제조업체 근로자가 HCFC-123 중독 사고로 치료를 받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탓에 미국 소화기제조사인 '듀폰'은 HCFC-123을 소화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야외에서나 환기되는 곳, 사람이 전혀 없는 방호공간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HCFC-123 소화기 제조·유통업체들은 관련 안전기준이 HCFC-123가 일부 포함된 'HCFC BLBND A' 등 13가지 물질을 사용 후 잔재물이 없는 '청정소화약제'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HCFC-123 소화기를 마치 '청정소화기'인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하고 있다는 게 진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HCFC-123소화기 제조업체 10곳 중 홈페이지가 있는 6곳은 제품 카탈로그와 홈페이지에서 HCFC-123소화기를 '청정소화기' 혹은 '친환경소화기'로 홍보하고 있다. HCFC-123소화기는 시중에서 약 55만대가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진 의원은 "소방청과 소방산업기술원은 2013년 11월께 소화기 제조업체들이 '할로겐화합물소화기'로 승인받은 제품을 '청정소화기 또는 청정소화약제'로 허위과장 광고해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 요청공문을 보냈지만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유통 실태조사와 함께 소방청, 공정위가 HCFC-123 소화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시정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정위는 "소방방재청 관련 고시와 소방산업기술원의 답변을 확인해 보면 HCFC-123이 93% 이상 포함된 소화약제(BLEND B)도 청청소화약제로 보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표시·광고 위반 심사를 개시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고 신고인에 결과를 통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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