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정원 '김재철에 문건내용 전달' 정황…檢, 조사 방침(종합)
'특정 프로·인사 퇴출' 논의 주장…MBC 前간부들 '인사는 자체판단' 의혹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김재철 당시 MBC 사장과 접촉해 정부 비판성향의 제작진과 연예인의 퇴출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파악됐다.
1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최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MBC 출입 담당관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
담당관은 조사에서 자신이 김 전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나 정부 비판성향 제작진과 연예인의 퇴출 방안이 담긴 국정원 문건의 내용을 구두로 전달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정원이 'MBC 노조 등 와해공작'을 세워 추진한 사실은 자체 내부 조사에서 문건으로 실체가 확인됐으나, 국정원 관계자가 방송사 간부를 만나 해당 문건 내용을 전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 3월 원세훈 전 원장 지시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여기에는 김씨의 MBC 사장 취임을 계기로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그램 퇴출 등에 초점을 맞춰 MBC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사장 시기 MBC에서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 폐지, 기자·PD의 해고, 파업 등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이 스케이트장 등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돼 인사권 남용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관계자들은 김 전 사장이 국정원의 방침에 따라 행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승호 전 MBC PD는 지난달 26일 검찰 조사 후 "그동안 김재철 전 사장과 간부가 MBC 파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국정원 문서를 보니 거기 나온 대로 실행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사장 측근인 전영배 당시 MBC 기획조정실장(현 MBC C&I 사장)을 불러 과거 인사와 특정 연예인 배제가 국정원과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러나 전 전 실장은 국정원 담당관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련의 인사 조처는 경영진의 자체판단으로 이뤄졌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3일 조사를 받은 MBC NET의 윤길용 대표 역시 인사에 외부 간섭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가 2011년 3월 시사교양국장으로 부임한 뒤 최승호 PD 등 PD수첩 소속 PD 6명이 아침 교양 프로그램 관리직 등으로 발령 났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사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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