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대선 투표…헌정 중단 않고 차기 선출하는 첫 선거
11명 출마, 여·야 후보 2명 각축…현 대통령은 연임금지로 불출마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에서 15일(현지시간)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키르기스스탄이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완전히 마치고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첫 케이스다. 역대 두 명의 대통령은 시민혁명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권좌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겪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키르기스 전역에 설치된 2천300여 개 투표소가 오전 8시 일제히 문을 열었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실시된다.
600만 명 키르기스 인구 가운데 약 300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개표 결과 후보자 가운데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 2위 득표자가 참여하는 2차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선거 질서 유지에는 9천 명 이상의 경찰과 1만2천 명의 자경단이 투입됐다.
이번 대선에는 모두 11명이 입후보했다.
지난 2011년부터 통치해온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현 대통령은 헌법상의 연임 금지 규정으로 출마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탐바예프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수론바이 제엔베코프(58) 전 총리나 역시 총리를 지낸 갑부 정치인 오무르벡 바바노프(47)의 당선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종족·지역적 대립이 심각한 키르기스에서 제엔베코프는 남부 지역, 바바노프는 북부 지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당인 '사회민주당' 당원인 제엔베코프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친정부 언론으로부터 우호적 응원을 받았다.
아탐바예프 대통령도 그를 친구라고 칭하며 지지하는 반면 그의 핵심 경쟁자인 바바노프를 비판해왔다.
개인 재산 15억 달러(약 1조7천억 원)로 키르기스 최대 갑부인 바바노프는 인종분규를 선동한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제엔베코프는 이날 투표 뒤 "당선되면 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바바노프도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키르기스스탄은 장기 집권이 전통으로 자리 잡은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이웃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6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키르기스 역사상 처음으로 헌법에서 규정한 대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민주적 정권 교체가 실현된다.
이전 아스카르 아카예프 초대 대통령과 쿠르만벡 바키예프 2대 대통령은 시민혁명으로 쫓겨나 외국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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