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콩 재배 지원 사업, 아프간 기아 퇴치에 큰 힘"
믹 로렌슨 WFP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 "한국 발전상, 개도국에 귀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WFP)의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가 됐습니다. 한국의 발전상은 WFP가 활동하는 많은 나라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WFP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믹 로렌슨(60) WFP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WFP는 1961년 유엔이 창립한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관이다. 기아를 퇴치한다는 뜻의 '제로 헝거'(Zero Hunger)를 사명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렌슨 소장은 한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18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간개발지수(HDI) 순위에서 171위를 기록한 저개발국이다.
십수 년에 걸친 탈레반 반군과 정부와의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 대응력이 취약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13년부터 WFP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으로는 산사태 방지벽 등 소규모 방재시설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건설하고 참여 주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재난 위험 감소 프로그램이 있다. 또 영아·수유부를 대상으로 한 영양 프로그램과 아이들을 위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로렌슨 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WFP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35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다"며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는 나라 중에 두 번째로 지원 규모가 큰 공여국"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로렌슨 소장은 한국의 지원 사업 가운데 '한국 콩 재배 프로그램'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 콩을 도입하는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콩 농사 방법을 전수하고 콩을 아프가니스탄 실정에 맞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콩을 통해 영양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민들에게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이외의 다른 수입원 작물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로렌슨 소장은 지난 12일 경북 영주에 있는 콩 과학박물관을 방문해 콩 관련 사업의 향후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로렌슨 소장은 "2014년에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34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인구의 21%가 영양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또 "아프가니스탄의 기아퇴치를 위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이런 지원과 함께라면 2030년까지 '제로 헝거'를 달성하겠다는 WFP의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국 국적의 로렌슨 소장은 25년간 유엔의 안보 전문가로 분쟁지역에서 활동해왔다. 지난해부터는 WFP 아프가니스탄 소장을 맡고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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