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서울서 만나는 한미 정상, 북핵 위기 해법 찾기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초 서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12일 발표했다. 취임 후 처음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앞서 두 정상은 두 차례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6월 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때다.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치면 이번이 다섯 번째 직접 만나는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5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이번 서울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처 방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25 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가져온 북핵 문제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듯하다.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우리의 안보 현실을 충분히 느끼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북한 문제 해법을 놓고 양국 정부가 완전히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채널 복원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문 대통령과 미묘한 생각의 차이를 드러냈다.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파괴", "폭풍 전 고요"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스스럼없이 내비쳤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고수해온 문 대통령은 최근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전쟁을) 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한반도 안보 현실이다. 지난달 23일 괌에서 출격한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단독으로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국제공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데서 입증됐듯이 최악에는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내달 초에는 좋든 나쁘든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던 10일 노동당 창건일은 무사히 넘겼지만 18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전후한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미국 서부해안과 가까운 해역에 시험 발사하는 식으로 다시 도발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 대회를 기점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고 대북압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중국이 태도를 바꿔 북한을 강력히 압박한다면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 주석과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큰 그림의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내 여론조사로도 나와 있다. AP통신이 시카고대학 여론조사센터 산하 공공문제연구소와 실시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미 관계를 '악화하고 있다'는 응답이 65%에 달했지만 '호전시킨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국 대북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을 국내로 초청해 한반도 안보 현실을 보여주고 우리 입장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좋은 기회다. 북한 문제에 관해 일부 있을지도 모를 양국 간 견해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계기가 되도록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나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 참석하는 미국의 고위급 실무자 접촉부터 그런 노력이 실행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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