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대, 나의 비극을 막아주세요…'당잠사'·'블랙'
판타지 통해 현실의 불안함 달래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불행을 미리 막을 수 있다면?'
지난달 27일 시작한 SBS TV 수목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오는 14일 시작하는 OCN 주말극 '블랙'이 현대인의 불안한 마음을 포착한 판타지 드라마로 공통분모를 이룬다.
앞으로 닥칠 불행한 일을 미리 꿈으로 만나거나 타인의 죽음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이러한 예지력을 가진 이들이 발 벗고 나서면서 많은 불행을 미연에 막는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전해준다.
◇ 불안한 현실과 판타지의 만남
전시도 아닌데 각종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인공지진, 자연지진이 잇따른다. 열차가 충돌하고 건물에서 화재가 난다. 교통사고는 비일비재하다. 길 가다가 묻지마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
'사고'는 유형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기도 하고,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블랙'은 현대인이 실제로 매일 같이 안고 가는 이러한 불안감을 고스란히 이야기에 반영한다. 그러면서 판타지를 통해 불행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자들을 내세워 희망을 안겨준다.
'꿈자리가 뒤숭숭할 때는 조심하라'는, 무속신앙 격의 미신에서 출발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실제로 남녀 주인공이 꿈을 통해 누군가의 불행을 미리 보는 설정이다.
처음에는 여주인공 홀로 안고 가던 그 엄청난 짐이 어느날 남자 주인공에게도 지워지더니, 예지몽을 꾸는 세번째 인물까지 등장한 상태다. 이들이 힘을 합쳐 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면서 꿈에서 예고됐던 불행한 일들이 하나둘씩 '미수'에 머물고 만다.
'블랙'은 한발 더 나아가 가장 큰 불행인 죽음에 집중한다. 남자 주인공이 아예 저승사자이고, 여주인공은 타인의 곁에 붙은 죽음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여주인공의 눈에는 가끔 다른 사람 옆에 붙어있는 희미하지만 거무튀튀한 그림자가 보인다. 죽음의 그림자다. 이 그림자가 포착된 사람은 어김없이 죽는다.
이게 보기 싫어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던 여주인공은 어느날 죽음을 보는 자신의 능력이 저주가 아닌 축복임을 증명해 보이려 나서게 된다. 죽음이 예고된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 비극을 막아주는 우리 주변 영웅들의 이야기
슈퍼맨과 어벤져스는 사건이 벌어지면 해결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블랙'의 주인공들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이를 막으려 한다.
울퉁불퉁한 근육과 엄청난 힘을 장착한 히어로들의 화려한 액션은 이미 스크린에 넘친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이 두 드라마는 예지력과 간절함으로 뭉친 우리 주변 영웅들이 희생정신과 이타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또한 다치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행여 불똥이 튈까 못 본 척 지나가는 현대 사회에서 남을 돕고자 뛰어든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가치도 보여주고자 한다. 허무맹랑한 판타지지만 '죽다가 살아난 이'와 '죽음을 무릅쓴 이'가 삶을 대하는 방식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제작진은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을 목도한다"며 "그 수많은 사건을 보며 그 모든 사건의 순간을 미리 꿈으로 꾸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 누군가가 미리 경고를 해준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가정을 해본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를 슬프게,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이 많아 고단한 요즘, 그 비극을 미리 막는 그 누군가의 이야기, 공(功)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꿈꾸며 달래보자"고 제안한다.
'블랙' 제작진은 "주인공들이 남을 살리기 위해, 혹은 후회 없는 죽음을 맞게 하기 위해 남의 죽음에 관여하는 이야기"라며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힐링과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며 삶의 가치를 더 찬란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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