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 "'나이 많으면 물갈이' 생각한 적 없다"
5대 은행장 중 유일한 1960년대생…"점진적으로 유연 근무 확대"
"윤종규 회장과 토의 많이 하되 갈등 외부 표출 피할 것…예스맨 아니다"
내정 후 출근 첫날 노조 사무실 방문 "자주 만나야 진정성 느낀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국민은행장 후보로 내정된 허인(56)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은 "나이가 많다고 대폭 물갈이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12일 말했다.
1960년대생으로는 유일하게 5대 시중 은행장에 발탁된 허 내정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이·기수 문화는 굉장히 전근대적"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허 내정자는 1961년생이고 위성호(1958년생) 신한은행장·함영주(1956년생) KEB하나은행장·이광구(1957년생) 우리은행장·이경섭(1958년생) 농협은행장 등은 모두 1950년대생이다.
허 내정자를 제외한 국민은행 부행장 7명 가운데 박정림(54·여) 부행장을 제외한 6명은 허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아 세대교체 또는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허 내정자는 "1959년생과 1961년생은 사실 2년 차이일 뿐"이라며 부행장 인사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와 일을 하려는 자세, 철학, 팀워크 등이라고 강조했다.
영업, 기업금융, 전산, 여신심사, 재무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경험한 은행장이 취임하면 일선에서 느끼는 업무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워크 하드보다는 워크 스마트가 시대적 화두"라며 그간의 경험이 방향을 잘 잡아서 업무를 지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내정자는 취임하면 점진적으로 유연 근무 확대를 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그는 "근로 시간에 관한 이슈는 노조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것(유연 근로제)이 근로 질이나 삶의 질에 도움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가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신용은행 재직 시절 노조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허 내정자는 노사 갈등을 풀기 위해서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 박홍배 노조위원장을 만났고 '대화하는 자세로 서로 협력하자'는 인사를 했다며 "결국 서로의 진정성을 느끼느냐 안 느끼느냐의 문제다. 자주 만나야 한다. 안 만나고 문서만 주고받아서는 (믿음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길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철학을 잘 따르겠다고 밝힌 허 내정자는 해당 발언이 3년 전 KB금융[105560]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이른바 'KB 사태'를 의식한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허 내정자는 "2014년도에 너무 큰 상처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조직보다도 그런 일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회장님께 아무 이야기도 못 하는 예스맨이라는 뜻은 아니다"며 "회장님과 토의는 많이 하되 외부에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회장님의 경영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허 내정자는 "세계적으로 금융회사들이 기술만 내세우거나 자기 입장만 앞세우는 것이 많이 눈에 띄는 상황"이라며 "볼수록 고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며 기술보다 고객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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