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벼랑 끝 경기'서 21세기 두 번째 승리 거둘까
롯데, 1패가 곧 탈락인 PS 엘리미네이션 경기서 통산 10승 9패 1무
20세기에는 9승 4패 1무로 호성적…21세기 들어 1승 5패로 부진
(창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1패는 전혀 다른 무게와 의미가 있다.
정규시즌에는 1패를 해도 내일이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1패는 곧 한 시즌의 종료를 뜻한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는 11일 경남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에서 6-13으로 패해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몰렸다.
이제 롯데는 한 번만 패하면 한 시즌을 마감한다. 12일 열릴 준플레이오프 4차전, 그리고 14일로 예정된 준플레이오프 5차전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1패가 곧 탈락을 뜻하는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 경기에서 롯데의 성적은 21세기를 기준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2000년대 전까지 롯데는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더 잘 싸우는 끈질긴 팀이었다. 20세기 롯데의 엘리미네이션 경기 성적은 9승 4패 1무로 승률 0.692에 이른다.
롯데의 첫 우승부터가 벼랑 끝에서 일군 극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롯데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5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몰렸다.
6차전에서 5회부터 구원 등판한 최동원의 활약으로 시리즈에 균형을 맞춘 롯데는 7차전 최동원의 호투와 유두열의 결승 역전포를 앞세워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1999년 삼성과 플레이오프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는 4차전까지 1승 3패로 밀려 패색이 짙은 가운데 5차전에서 펠릭스 호세가 임창용을 상대로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트려 기사회생했다.
6차전은 에밀리아노 기론의 호투로 1점 차 승리를 낚았고, 최종 7차전에서 연장 11회 대결 끝에 6-5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티켓을 얻었다.
이처럼 롯데의 20세기 벼랑 끝 승부는 영광의 순간이 더 많았지만, 21세기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롯데의 21세기 엘리미네이션 게임 성적은 1승 5패, 승률 0.167이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롯데는 2008년 3위로 진출한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삼성에 맥없이 3연패 해 탈락했다.
2009년에는 두산과 만나 1승 뒤 3연패, 2010년에는 2승 뒤 3연패로 모두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2011년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지다 4차전에서 장원준의 역투와 이대호의 홈런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간신히 균형을 맞춘 롯데는 5차전에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2012년에도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만난 롯데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다가 2연패 해 다시 고배를 마셨다.
3-6으로 패한 2012년 10월 22일 문학 SK전이 올해 이전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이처럼 롯데가 고비에서 번번이 무너진 건 부담감 탓이 크다.
홈 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롯데는 기세 좋게 상대를 밀어붙이다가 세밀한 부분에서 빈틈을 보여 패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조원우 감독은 롯데에 기본기를 접목하기 위해 2년 동안 노력했고,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로 결실을 봤다.
현재 롯데의 1차 목표는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 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2일 4차전에서 승리해 21세기 들어 두 번째로 엘리미네이션 경기 승리를 거둬야 한다.
롯데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을 씻을 기회를 잡았다.
만약 4차전에서 승리하면, 5차전에서 패하더라도 롯데 선수단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롯데는 4차전 선발로 박세웅을, NC는 최금강을 예고했다.
선발 싸움에서는 롯데가 근소 우위다. 과제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을 펼치는 일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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