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화 제의한 카탈루냐에 화답 대신 '최후통첩'
라호이 총리, 카탈루냐에 "독립선언 여부 명확히 밝혀라"
'각료회의 거쳐 최후경고' 헌법 155조 발동 위한 예비조치…카탈루냐 '난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독립 절차를 중단하고 대화를 제의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최후통첩'으로 반격에 나섰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전격 대화 제안에 화답하는 대신 스페인 정부가 '자치권 몰수'의 예비단계에 착수함으로써 카탈루냐 독립문제를 둘러싼 스페인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라호이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오전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한 뒤 생방송 담화를 통해 "내각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독립을 선언한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으로부터의 응답이 향후 상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정부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행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의 이런 발언은 스페인 헌법에 규정된 중앙정부의 권한에 따라 자치권 몰수의 예비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일종의 '최후통첩'에 해당한다.
전날 "독립을 선포할 권한을 투표로 위임받았지만, 독립선언 절차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에게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최후경고를 한 셈이다.
총리가 직접 헌법 155조 발동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맥락상 이 조항 발동의 전제조건 충족을 위해 카탈루냐에 독립선언 여부를 명확히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고 중앙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이 조항에 근거해 카탈루냐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카드로는 자치권 일부 또는 전부 몰수, 자치정부와 의회 해산, 자치경찰 무장해제 등 '초강경책'들이다.
다만, 헌법 절차상 이 조항의 발동을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각료회의를 거쳐 자치정부에 최후경고를 해야 한다.
정부의 최후경고에도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스페인 정부는 상원에 헌법 155조 발동안을 제출할 수 있다. 상원이 이 안을 통과시키면 총리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합법적으로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할 수 있다.
라호이 총리의 최후경고로 '상징적 수준의 불완전한 독립선언'만 하고 자치권 확대 협상 등 대화에 나서려 했던 자치정부와 분리독립파는 다소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카탈루냐는 투표를 통해 독립국이 될 자격을 얻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스페인을 상대로 자치권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었으나, 라호이 총리의 반격으로 또다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스페인 정부와 제1야당인 사회당은 카탈루냐 사태 해결을 위해 헌법 개정도 검토하기로 합의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계속 남아있도록 묶어두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헌법 개정을 위한 정치적 논의를 개시하기로 총리와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스페인 언론들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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