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없는 가을 '효자'…벼농사 가뭄 딛고 올해도 풍년
기온 높고 일조량 많아…논 면적 줄어 수확량은 감소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벼가 누렇게 익은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김모(60·청주시 옥산면)씨는 만감이 교차한다.
평생을 농사를 지었지만, 벼를 심고 수확하기까지 쉽게 넘어가는 해가 없었다. 올해도 봄에 극심한 가뭄으로 논이 바짝 마를 때는 김씨의 가슴도 타들어 갔다.
지난 7월에는 청주에 사상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져 농지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도 봤다.
가을을 앞두고 혹시 태풍이 몰려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몇 년 전 9월 '볼라벤'과 '덴빈' 등 태풍이 잇따라 몰려오면서 한해 농사를 망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행히 태풍이 비껴가고, 벼가 익는 초가을부터 날씨도 좋았다. 그 덕에 지난해와 같은 대풍(大豊)은 아니더라도 예년 수준의 풍년 농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전국적으로 올해 벼농사는 봄 가뭄 등의 기상 악화로 고전했으나 평년작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벼 작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 논의 평균(1㎡ 기준) 벼 알 수가 3만3천810개로 분석됐다.
이는 유례없는 풍년을 이뤘던 지난해 같은 기간 벼 알 수(3만4천435개)보다 625개가 적지만 평년 평균보다 1개가 많은 것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벼가 익는 초가을에 태풍 등의 재해가 없고, 일조량도 많았다"며 "지역별로 재배 품종에 따른 편차가 있고 정확한 예상치는 통계청이 조만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평년 수준 이상의 풍작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큰 수해를 당한 충북지역의 작황도 나쁘지 않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이 도내 11개 시·군별로 지정된 관찰포 6곳의 벼 생육 상태를 조사한 결과, 쌀 예상 수확량(10a 기준)을 513㎏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수확량(531㎏)보다 3.4%(18㎏)가량이 줄어든 것이지만, 평년 수확량(516㎏)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는 봄철에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7월에는 충북에 사상 최대의 수해가 발생했지만 벼가 여무는 시기에 벼농사에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8월 말께부터 전국적으로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았다. 특히 올해는 태풍이 없는 데다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병해충 발생도 적었다.
그러나 정부가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논농사의 타 작물 전환 유도정책을 편 탓에 벼 재배면적이 감소해 전체 쌀 생산량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적인 벼 재배면적은 75만4천785㏊로 지난해(77만8천734㏊)보다 3.1%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충북은 벼 재배면적이 지난해 3만7천111㏊에서 올해 3만5천69㏊로 줄면서 올해 충북 쌀 총생산 예상량이 18만4천247t으로, 지난해(20만1천672t)보다 8.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올해 봄철 기상여건이 나빴으나 초가을부터 날씨가 좋아 평년작 수준의 수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남은 것은 적기에 벼 베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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