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진압 거부 시민 지킨 5·18 숨은 영웅 안병하 경무관
전남경찰청 5·18 보고서, 안 경무관 당시 행적 그대로 나타나
(무안=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해 '5·18 숨은 영웅'으로 불리는 고 안병하 경무관의 행적이 경찰 보고서를 통해 재조명됐다.
11일 전남지방경찰청이 5·18 당시 경찰관 증언을 토대로 만든 '5·18 보고서'에 따르면 안 경무관은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소신 있는 지휘관이었다.
보고서는 "계엄 당국과 전두환 회고록에서는 무능한 지휘관으로 언급됐으나, 상부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 안전을 강조하는 소신을 유지했으며 경찰 무장으로 인한 더 큰 비극을 막았다"고 안 경무관의 당시 행적을 평가했다.
1980년 5월 18일 이전 광주 대학가와 시가지에서는 시위로 인한 경찰과 시민의 산발적인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격렬한 공방은 있었으나 경찰과 시위 주최 측과의 대화로 불법행위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시위가 이뤄졌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당시 전남경찰국장(현 전남지방경찰청)이었던 안 경무관은 안전한 집회 관리를 강조하고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시했다.
보고서에는 '시민들의 야유와 비난이 있어도 대응하지 말라', '최루탄은 각도를 유지해서 발사해라', '도망가는 학생과 시민을 쫓지 말라' 등 시민 안전을 걱정한 안 경무관의 지시가 그대로 나온다.
5월 17일 계엄령이 선포되고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면서 시위 상황은 급변했다.
모든 작전지휘권이 군에 이관되고 경찰은 계엄법에 따라 군 지시를 받아 시위 관리와 치안 유지를 하는 보조 역할만을 수행했다.
당시 안 경무관은 상부로부터 경찰이 무장하고 시위에 강력하게 대처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받았다고 당시 동료 경찰관들은 증언했다.
그러나 안 경무관은 "4·19 등에서 경찰 발포로 시위가 강경해진 전례가 있고, 시민과의 충돌로 경찰관 희생이 발생하면 계엄군이 진압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며 거부했다.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안 경무관은 '학생 피해 없도록 유의할 것', '화학탄 사용은 가능한 자제할 것', '군중 자극하지 말 것' 등 지시를 내렸다.
안 경무관은 5월 20일 소극적으로 대응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체포돼 직위해제된 뒤 고문 후유증 등으로 1988년 숨을 거뒀다.
이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재조사를 통해 '안 경무관의 온건진압 지침은 유혈사태 확산을 방지하고 국민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한 민주화운동 일환이었다'며 1992년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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