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고개 드는 한반도 '10월 위기설' 지혜롭게 풀기를
(서울=연합뉴스) 한반도 10월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일 등을 계기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미국이 이에 초강경 대응할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발사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한 핵무기를 탑재할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의 완성을 알리고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선언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추석 연휴에도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국가안보실을 평시처럼 가동했고,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대북 감시자산을 증강 운용하면서 북한 미사일 시설의 움직임을 파악해왔다고 한다. 또한, 국방부와 합참은 유사시 각 군의 위기조치반을 즉각 가동할 태세를 갖췄으며, 북한군의 동향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도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9일 "현재까지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전 평양을 다녀온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들은 북한이 새로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해 북한이 조만간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더욱이 7일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의 지속적 추진을 내세운 점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한반도 정세에 기름을 붓는 일임은 물론이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한반도 정세를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극단으로 몰아가는 행동을 접어야 한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탓에 원유공급 제한 등 역대 최고 수위의 유엔 제재를 받고 있고, 이와는 별도로 미국이 주도하는 초유의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이래 20여 개국이 북한 대사 추방을 비롯해 북한과 정치·경제·군사 관계의 단절·축소에 나섰다고 한다. 추가적 도발에는 추가적 압박이 따르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행태다.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신의 참모인 국무부·국방부 장관과도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게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인데도 연일 대북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모호한 발언'을 던지고 있다. 지난 5일엔 북한·이란 문제를 군 수뇌부와 논의한 후 "폭풍 전의 고요"라고 했고, 7일에는 대북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대놓고 비판하면서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의 이런 행태는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물론, 한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에 혼선을 주고 있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8일 "다른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그 나라를 3차 세계 대전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공개로 비판하고 나섰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직이 지니는 무게를 인식하고 한반도 위기를 더 부채질하는 듯한 행동을 삼가길 바란다.
국민의 안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안보 위기감이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높았다고 추석 민심을 전했다.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안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안일하거나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는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서둘러 국민의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한편, 한반도에서 제2의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동맹국인 미국과의 물샐틈없는 공조에 총력을 기울이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통행식 행태를 보일 경우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당당함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우리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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