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진잼'·'짠테크'…빅데이터상 소비 성향의 두 얼굴
다음소프트 분석…상반기 '낭비'→하반기 '절약' 키워드 급상승
"양극화 사회에 공존하는 소비 패턴…재테크 관점도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 달에 자유 적금 80만원. 슈퍼 그레잇(Great)~", "신혼여행에서 산 친구 선물? 스튜핏(Stupid)!"
팟캐스트 내 인기에 힘입어 최근 공중파에서 방송을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개그맨 김생민(44)이 가장 많이 외치는 단어는 '스튜핏'과 '그레잇'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생민은 사연 신청자의 카드 영수증 내역을 직접 분석해주고 불필요한 소비는 '스튜핏'으로, 합리적 소비는 '그레잇'으로 명명하며 이들의 지출 패턴에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김생민의 평가에 시청자들은 자신의 카드 명세서가 공개된 것처럼 크게 공감하고, 인터넷에서는 김생민의 '짠돌이' 어록을 정리한 게시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진 돈을 다 써버린다는 의미인 '탕진잼', 홧김에 충동적으로 쓰는 돈을 뜻하는 '시발비용' 트렌드가 주목을 받던 상황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10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짠테크' 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올해 6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김생민의 영수증'의 블로그, 트위터, 뉴스 언급량은 6월 3건에 불과했지만 7월 554건, 8월 3천970건, 9월 1만7천803건으로 늘었다.
김생민의 유행어인 '스튜핏'은 6월 언급량이 1천14건에서 9월 언급량이 1만6천283건으로 급증했고 '그레잇'은 같은 기간 13건에서 3만3천886건으로 폭증했다.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짠테크' 언급량도 같은 기간 263건에서 55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와 달리 현재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욜로(YOLO·You live only once) 트렌드를 좇는 '탕진잼', '시발비용' 언급량은 하반기에 들어서며 증가세가 꺾였다.
'탕진잼'은 1월 언급량 694건에서 2월 1천757건으로 늘었으나 이후 언급량이 꾸준히 줄어 8월 505건에 그쳤다.
'시발비용'은 1월 언급량이 6천442건에서 6월 1만3천353건까지 증가했지만 8월에는 3천255건으로 급감했다.
극단적인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는 것은 한국 사회에 중산층 이데올로기와 중산층의 삶도 꿈꿀 수 없는 가난한 젊은층의 무력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김생민의 영수증은 전형적인 중산층의 사고방식"이라며 "사연 신청자는 어느 정도 수입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각종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긴축 정책'을 통해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와 달리 탕진잼과 같은 소비 경향은 중산층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고정적 수입도 노후 대책도 없어 이를 실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 양극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수익 창출과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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