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신태용호 수비진…'권경원 데뷔골-김주영 자책골'
권경원, A매치 데뷔전서 첫 골…김주영, 사상 첫 한 경기 자책골 2개
(모스크바=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첫 원정 평가전에서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겠다고 공언했던 신태용(47) 축구 대표팀 감독의 공언은 생각지도 못한 '자책골 2방'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포지션 불균형'의 해소책으로 선택한 스리백 전술이었지만 신태용호는 7일(한국시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하며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러시아전에서 스리백의 좌우 수비를 맡은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김주영(허베이 화샤)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고 말았다.
'125억원의 사나이' 권경원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자신의 10번 A매치에 나선 김주영은 한국 대표팀 역대 첫 한 경기 2자책골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A매치에 처음 출전한 권경원과 그동안 백업 수비자원으로 A매치에 나섰던 김주영은 러시아전을 치르면서 허둥대는 모습을 몇 차례 보여줬다.
전반 25분께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막는 과정에서 권경원이 차낸 볼이 옆에 있던 김주영의 발에 맞고 흐르면서 상대에 슈팅 기회를 내주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권경원은 또 골키퍼가 내준 패스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해 상대 공격수에게 볼을 빼앗겨 실점 위기를 자초할 뻔도 했다.
결국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태용호 스리백 라인은 무려 4실점이라는 허망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중 2골은 김주영의 자책골이었다.
그나마 권경원은 패색이 완연했던 후반 41분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헤딩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이번 골은 권경원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최근 A매치 데뷔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선수는 2015년 8월 2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이종호(울산)가 마지막이었다. 축하를 받아야 할 기록이지만 권경원의 데뷔골은 팀의 참패에 묻혔다.
두 자릿수 A매치를 기록한 김주영은 대표팀 역대 자책골 기록을 새로 썼다.
지금까지 대표팀 경기에서 '한 경기 2자책골'은 김주영이 처음이다.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10분 러시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알렉산드르 코코린의 머리를 스치고 날아온 볼은 골대 정면에 있던 김주영의 몸에 맞고 골대로 빨려들었다.
김주영은 2분 만에 또다시 악몽을 맛봤다.
후반 12분 러시아의 역습 상황에서 김주영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공격수의 패스를 차단하려고 발을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볼은 김주영의 발에 맞고 방향이 꺾이면서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김주영에 앞서 역대 대표팀에서 15명의 선수가 자책골을 경험했지만 한 경기에서 두 차례 자책골을 기록한 것은 김주영이 처음이었다.
결국 김주영의 '자책골 2방'에 신태용호는 0-4까지 끌려가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경기 막판 권경원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추격골이 나왔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는 10일 모로코와 스위스에서 두 번째 원정 평가전을 앞둔 신태용호는 국내파 선수들을 뽑지 않은 상황에서 '포지션 불균형'에 빠진 터라 수비진 재편에 무리가 따른다.
결국 권경원과 김주영은 다시 모로코전에서도 호흡을 맞출 공산이 크다.
제대로 축하받지 못한 A매치 데뷔골이 권경원과 역대 한 경기 최다 자책골의 불명예를 떠안은 김주영이 모로코전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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