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폰 국왕 장례식 앞둔 방콕 추모 분위기 고조
시민들 다시 상복 착용…홍등가엔 시끄러운 음악 사라져
태국 정부, '국상 예절' 당부…방송 가이드라인도 제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난해 10월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10월 25∼29일)을 앞두고 태국의 수도 방콕은 다시 엄숙한 추모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태국 정부가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애도 분위기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한 가운데, 시민들도 푸미폰 국왕에 대한 추모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지난 6일 주례 브리핑에서 시민들에게 푸미폰 국왕 장례식을 앞두고 국상 예절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10월 한 달간 장례식 분위기와 정서에 맞춰 오락과 유흥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다.
또 그는 TV 방송국과 유흥업소 등에는 장례식 분위기를 깨는 과도한 프로그램은 삼가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국가방송통신위원회(NBTC)는 앞서 지난달 방송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NBTC는 장례식 기간 푸미폰 국왕의 업적을 기리는 프로그램 방영을 주문하는 한편, 방송화면 채도(천연색 비율)는 40% 이하로 제한했다.
이에따라 각 TV 채널은 흑백에 가까운 어두운 톤의 화면으로 바뀌었고 간간이 푸미폰 국왕 관련 기록 영화 등도 방영되고 있다.
시민들도 70년간 태국의 왕위를 지키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푸미폰 국왕 추모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다.
장례식을 앞두고 다시 검은색과 흰색의 상복을 꺼내 입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났다. 시내 곳곳에서는 푸미폰 국왕을 추모하는 사진과 그림 전시회가 행인들의 발길을 붙든다.
유흥가는 전과 다름없이 영업하지만, 장례식을 앞두고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평소 주말은 물론 주 중에도 관광객과 취객들로 흥청거리는 대표적 홍등가인 '소이 카우보이'에는 최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사라진 가운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거리의 여성'들도 대부분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국왕의 시신이 왕궁에서 장례식장인 사남 루엉 광장으로 운구되는 오는 26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가운데, 휴업 계획을 밝히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태국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체인 메이저 시네플렉스 그룹은 당일 전국 119개 영화관 문을 닫기로 했고, 유통업체 테스코 로터스는 6만3천여 명의 직원들이 장례식 중계를 볼 수 있도록 당일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장례식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을 위해 모형 장례식장 설치 작업도 한창이다.
태국 정부는 방콕 시내 9곳과 태국 전역의 76개 주에 1곳씩 총 85곳에 모형 장례식장을 설치할 계획이며, 전국에 800여 개의 헌화 시설도 마련된다. 또 해외에도 태국 대사관을 비롯해 94개국 96곳에 조문소가 설치된다.
왕궁에서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대로에서는 연일 장례식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푸미폰 국왕 사후 지난 1년간의 국장 기간에 태국 전역에서 약 1천300만 명의 조문객이 방콕의 왕궁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한편, 장례식 공식 일정은 25일에 시작되지만, 실질적인 일정은 26일 국왕 시신 운구로 본격화하며, 이튿날 화장을 마친 국왕의 유골을 다시 왕궁으로 옮기는 의식이 진행된다.
장례식에는 전 세계 지도자들과 왕족, 그리고 이들을 대리하는 조문단이 참석할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례식장에는 최대 30만 명 가량의 시민이 입장할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장례기간 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하지만 장례식이 진행되는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 등은 오는 29일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다. 또 장례 및 추모 행사가 열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 통제도 예상된다.
태국관광청(TAT)은 이 기간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장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옷차림과 행동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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