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도부 빈곤벽지 당대표로 배속…시진핑의 의도는
소외지역 탈빈곤 추진 강조…파벌권력 견제 메시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자신의 출생지나 과거 임무지를 당 대의원 배속지로 삼던 관례를 깨고 19차 당대회에서 변경의 빈곤지역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3일 중국 최고위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다음달 18일 열리는 19차 당대회에서 탈빈곤 정책이 추진되는 가난한 지방이나 변경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변경 지역의 대표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이들 소외된 지방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통신은 풀이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20일 중국에서도 최빈곤 지역으로 꼽히는 구이저우(貴州)성에서 만장일치로 19차 당대회에 참석할 구이저우성 대표에 선출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대표,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대표,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대표로 선출됐다.
또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는 각각 후난(湖南)성, 윈난(雲南)성, 산시(陝西)성의 대표로 선출됐다.
다른 40여 명의 당정 고위 지도자들도 이와 비슷한 선택을 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는 과거 중국 지도자들이 당 대표 배속지를 선택할 때 자신의 본적지나 과거 임지, 기관을 택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통신은 "각 지도자가 빈곤지역, 또는 소수민족 거주지, 그것도 아니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교두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방의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을 실효화하면서 업무지도 및 현지 당원 대중과 연락, 의견수렴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의 고도경제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지방의 빈부격차와 소수민족 거주지의 모순 해소 없이는 공산당 장기집권이 어렵다는 중국 지도부의 자성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순수한 의도로만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둬웨이(多維)망은 시 주석이 집권 5년간 파벌권력을 흩뜨리고 중앙권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아왔다며 당 대표 배속지 선택 역시 같은 논리로 이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고지도자가 어느 지방에 배속되느냐 문제는 해당 지방에 대한 지지, 나아가 그 지방책임자의 진로에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 주석은 이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시 주석이 구이저우성 당대표로 선출된 지 3개월 만에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성 서기가 최근 당적·공직 박탈 처분을 받은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 후임으로 이동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1인 권력체제를 과시하고 절대 복종을 유도하는 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19차 당대회에서 물러나는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퇴임 후 영향력을 행사할 권력근거지를 남겨놓지 않겠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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